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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Money?] 부모지갑 털어가는 어린이날 장난감

노현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03 16:48

수정 2014.11.06 19:55

#5살과 7살 자녀를 둔 주부 A씨는 지난해 어린이날 27만원을 주고 산 전동 승용차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애들이 처음 몇 달 잘 가지고 놀았지만 금방 싫증을 내고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몰라보게 성장을 하면서 큰 아이는 이제 운전석이 좁아 들어갈 수도 없었다. 부피가 커 집안에서 짐만 되고 있고 그렇다고 남을 주자니 비싸게 주고 사 아까운 생각만 든다.

#회사원 B씨는 어린이날 선물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가 어린이날 선물로 꼽은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기 때문. 그는 아직 스마트폰이 필요없는 저학년이지만 또래 친구들이 상당수 가지고 있어 괜히 사주지 않았다가 자식의 ‘기’가 죽는 것은 아닌지 찜찜해 하고 있다.


‘가정의 달’이 아니라 ‘가정 파괴의 달’이라고 외치고 싶은 부모가 늘고 있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함께 있어 5월이면 그렇지 않아도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데 어린이날 선물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이의 교육을 생각해 체험학습이나 실용성이 높은 옷을 사주고 싶지만 어린이날 아이들의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은 당연 장난감이라 이를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 가격이 ‘장난감’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얼마 전 이마트가 4∼13세 유아와 아동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 베스트 10’ 설문조사에서 게임기인 닌텐도DS가 1위, 레고 시리즈와 스마트폰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닌텐도DS의 경우 이마트에서 19만7000원(한자 학습패키지 포함, 인터넷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게임 소프트웨어 한 두 가지만 추가하면 25만원을 훌쩍 넘는다. 2위를 차지한 레고의 경우도 시리즈에 따라 10만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3위를 차지한 스마트폰의 경우 매달 나가는 통신비를 감안하면 금액 부담은 수십만원대. 이런 경제적 부담을 피하고자 전화기능을 뺀 아이팟이나 갤럭시플레이어를 선택해도 용량에 따라 32만원에서 46만원대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밖에 미국산 ‘스텝2’사의 주방놀이 장난감의 경우 72만원대, 숲속의 오두막 장난감은 110만원이 넘어 과연 장난감이 맞는지 의문이 들게 할 정도다.

웬만한 어른 선물보다 더 비싼 장난감이지만 부모입장에서 아이들의 요구를 선뜻 거절할 수가 없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미희(32)씨는 “아무리 비싸도 가격저항이 가장 약한 것이 자식들 장난감”이라면서 “부담이 되지만 그렇다고 주변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는데 내 자식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없어 비싸도 구매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모의 마음을 간파한 백화점이나 할인마트는 장난감 특가상품과 함께 고가상품도 같이 진열해 놓고 부모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모 마트의 경우 특가상품 장난감 바로 옆 한 면을 닌텐도DS와 엑스박스360 등 고가의 게임기를 진열해 놓고 있다.
일부 인터넷 쇼핑몰은 최근 장난감 가격을 일주일 사이 10% 이상 올려 그렇지 않아도 가벼운 부모의 지갑을 털어가고 있다.

/hit8129@fnnews.com노현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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