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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發 전세난 지방대도시 확산 ‘도미노’

홍준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19 09:03

수정 2014.11.05 12:05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전 동구 삼성동 GS자이(1063세대)는 아직까지 입주하지 않은 세대가 100여세대에 달하지만 전세매물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입주기 시작되기 전부터 전세매물 계약이 이어지면서 그나마 지난주 초에 저층을 중심으로 나왔던 1∼2건의 전세물량마저 동 나 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33평형 기준 9000만∼9500만원에 형성됐던 전세값도 불과 2주 만에 1억∼1억1000만원으로 뜀박질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촉발된 전세난이 인천, 대구, 부산, 대전 등 지방 대도시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면서 ‘역전세난’이 우려됐던 것과는 전혀 딴 판이다. 일부 지역은 전세금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매물을 거두거나 전세금을 대폭 인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최근 전세난이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한정되는 국지적 현상”이라는 정부 주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지방도 전세난, 4000가구 대단지에 20평대 전세매물 ‘제로’

인천지역의 경우 최근 매매가 하락이 두드러지는 반면 중소형 전세매물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인천의 대단위 택지지구인 부평구 삼산 2지구는 단지마다 500∼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즐비한데도 불구, 20∼30평형대 전셋집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중소형 평형 중심인 삼산주공미래타운(1단지)은 608가구 중 전세물건이 단 한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가격은 최고 10%가량 급등했다. 부평구 효성동 현대아파트 33평형의 경우 9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인상됐으며 새 아파트는 1억200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지역에서 24평형은 7000만∼8000만원의 전세가가 형성됐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한산하다. 부평구 청천동의 경우에도 교통과 편익시설에 따라 3개월 전보다 5%가량 인상된 5000만∼9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충청권도 비슷하다. 4000여세대가 모여있는 대전 중구 중촌동 현대아파트 및 금호, 주공단지 일대는 단 한건의 전세매물도 시장에 나와있지 않다. 현재 각 부동산 업소에 등록된 매물 50여건이 있지만 모두 월세매물 뿐이다. 중구 중촌동 행운공인 노명균 대표는 “전세 매물을 찾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상하리 만큼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2채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들도 내년 대선을 전후해 나올 수 있는 정책변수를 기대하며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넘치던 대구, 부산도 전세난 ‘기현상’

정관신도시 분양 등에서 공급과잉으로 대거 미분양이 발생한 부산지역에서도 부분적으로는 전셋집을 찾기 힘들다. 주거 중심지인 사상구 주례동 일대와 북구 하명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인구가 많이 유입된데 비해 공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평형대 소형 아파트는 씨가 말랐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일부는 전셋집을 구하려다 아예 소형 아파트를 사는 경우도 있어 소형 아파트는 집값이 다소 오르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사상구 일대 주요 아파트의 중소형 평형 전세가는 입주 10년차를 넘을 경우 24평형 기준으로 5000만∼6000만원, 입주 5년차 안팎은 7000만∼8000만원을 호가 하고 있다. 이는 연초 대비 10∼15%안팎 상승한 가격이다.

대구의 심장부격인 수성구 황금동에서도 ‘전세품귀’ 현상을 동반한 전세가 상승이 이미 시작됐다. 전체 4256가구의 대규모 단지인 ‘롯데 황금동 캐슬골드파크’가 입주하면서 수성구 일대에서는 역전세난까지 우려됐지만 지금은 중소형 평형 전셋집은 찾아볼 수 없다. 64가구인 20평형은 전세 매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20평형은 한달 전보다 1000만원 오른 9000만원에, 32평형은 2000만원 오른 1억4000만원에 전세가가 형성돼 있다. 주택밀집 부도심 지역인 달서구 용산 일대에서도 지난 8월 말께부터 20평형대와 30평형대를 중심으로 매물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 계약기간이 만료된 전세세입자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매매시장 위축에 따른 전세수요 확대가 원인

이러한 지방 대도시 전세난은 계절적 요인이라기 다는 서울, 경기 지역 전세난 배경과 마찬가지로 매매시장 규제 강화와 중과세에 따른 구매심리 위축 때문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대구 용산동 대신공인중개사 고시성 소장은 “대구 일대 전세수요는 통상 신학기 수요가 몰리는 8월에 많았지만 최근 상황은 이와는 다르다”며 “정부의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과 턱없이 비싼 신규 분양가 등으로 집을 사기보다는 전셋집을 얻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게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세가는 상승하고 매매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 한일유엔아이 23평형의 경우 최근 매매가가 2000만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85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지만 끝내 매매가 이뤄지지 않다가 7500만원(연초 5500만원)에 전셋집으로 겨우 매물이 소화됐다.

매매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전세가는 2000만원 상승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무려 88%에 이른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매매가는 미래 투자가치를 반영하고 전세가 비율은 실제 주거수요 정도를 반영한다”며 “전세가 비율이 상승하는 걸로 봐서 전세가가 큰 폭 상승하지 않더라도 매물 품귀현상은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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