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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매물 1억원 싸게 내놓아도 “안 사”

이종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2.08 08:10

수정 2014.11.04 15:21

11·15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매물이 꾸준히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오히려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주택시장이 그동안의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1·15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지역에 급매물이 늘어나는 것을 비롯, 경기도 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도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몇천만원씩 호가를 내려 내놓는 등 급매물도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거래는 예상 외로 저조한 상황이다. 매물 하나를 놓고 여러 명의 매수자가 달라붙어 서로 가지겠다고 다투던 이전의 상황과는 전혀 딴 판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급등세의 진원지’로 불렸던 경기 파주, 인천 검단 지역 부동산중개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장이 달라졌다.
적어도 현재 가격에 집을 살 사람은 없으며 앞으로 매물은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고 단언하는 등 아파트 시장에 대한 견해도 급선회하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매도자가 가격 결정권을 쥐었던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검단 지역 G공인은 “앞으로 매물이 품귀를 빚는 일은 상당 기간 없을 것”이라며 “다시 매도자 우위시장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H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매도에 대한 문의 전화가 늘고 있고 매물도 예전에 비해 늘었지만 매수 문의는 예전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가격 결정에 매수자의 입김이 점점 세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추석 이후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수도권과 서울 용산, 양천 등 비강남권도 비슷하다. 용산구 보광동 뉴용산공인 관계자는 “매물은 매주 한두건씩 나오지만 매수가 끊겨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으며 양천구 목동 부러나 공인 관계자도 “인근 중개업소마다 10여개씩 매물이 나와 있지만 찾는 사람은 가물에 콩나듯 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호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부러나 공인측은 “일부이긴 하지만 목동 3동, 4동의 경우 평당 몇백만원씩 호가를 떨어뜨린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 나오는 매물 성격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양도세 회피 매물과 집값 급등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매물이 혼재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동구 둔촌동 K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것이 많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나온 매물은 집값 급등에 따른 시세차익을 올리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느긋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매수우위 시장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입장이 우세하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집주인들이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인 연말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정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가 되고 내년 이사철이 돌아오면 다시 매도자 우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 역시 “최근 매수세가 크게 줄어든 것은 집값 폭등에 매수세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에는 이사철, 추가 신도시 발표 계획, 대선 정국 등의 변수로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매도자 우위시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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