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전세끼고 집사기 힘들다

이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7.30 21:52

수정 2014.11.06 08:28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 가격에 대한 전세 가격의 비율)이 9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전세가율이 40% 밑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세입자가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가 줄어 매매 가격의 추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도 크게 위축된다.

30일 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 6월 말 현재 52.8%로 99년 2월 51.6%를 기록한 이래 9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전세가율이 39.3%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98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서울의 경우 비강남권(한강 이북) 14개 구와 강남 11개 구의 전세가율 격차가 컸다. 강북지역은 전세가율이 42.4%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40%를 웃돌고 있는 데 비해 강남권은 36.7%로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는 물론 전국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른 인천과 경기도의 사정도 비슷하다. 인천의 전세가율은 43.1%, 경기도는 42.5%로 두 곳 모두 조사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수도권 전체 아파트의 전셋값 비율(41.4%)도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전은 전세가율이 61.0%로 2004년 4월(61.2%) 이후 4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국에서도 가장 높다.

이처럼 전세가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전셋값에 비해 매매값이 더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연구소 고혜진 과장은 "최근 아파트 매매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전셋값이 하락했다기보다는 매매값이 전셋값에 비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국의 아파트 값은 최근 3년간 21.8% 오른 데 이어 올해 상반기 3.1% 뛰었다. 이에 비해 전셋값은 같은 기간 15.2%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8% 올랐다. 서울 강남지역은 최근 3년 6개월 동안 매매값 상승률(43.6%)이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률(21.7%)의 2배에 달했다.

전세가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아파트값이 약세로 가는 신호라는 견해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가율이 낮을수록 비용 부담 측면에서 보면 서민들은 전세로 사는 것이 더 유리하다"며 "전세가율이 계속 하락하면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가 줄어 아파트 값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6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60.4%에서 57.2%로 3.2%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아파트 매매값은 1.5% 떨어졌다.


한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국회 민생안정대책특위에 출석해 "지금까지 수도권 집값은 5∼10% 정도 빠졌으며 앞으로도 집값이 좀 더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현재로서는 집값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victoria@fnnews.com 이경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