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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 파산땐 美금융 주춧돌 한개 빼내는 꼴”

유정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16 22:32

수정 2014.11.06 00:53



【뉴욕=정지원특파원】세계 최대 보험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그룹(AIG)을 살리기 위한 막판 협상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운명의 날’이 임박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피의 일요일’이 지난 지 하루 만에 이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핵폭탄급 쇼크’가 시장을 덮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세계 금융계가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뉴욕증시에서 AIG의 주가는 61% 폭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시가총액의 93%를 날려버렸다.

AIG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난해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관된 신용디폴트스와프(CDS)의 시장 가치 하락으로 인한 금융사업부의 대규모 부실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지금까지 상각한 CDS만도 18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CDS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130억달러 규모의 담보청구권 행사 움직임을 보이자 시장의 모든 관심은 AIG의 자본 조달 성공 여부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AIG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400억달러를 긴급 대출받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의 공포감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AIG가 리먼과 같이 파산해 버릴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핵폭탄급’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IG는 다우지수의 구성 종목으로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주가가 93% 빠진 상황에서도 시가총액이 326억달러에 달해 리먼과 워싱턴 뮤추얼(WaMu)의 시가총액 합산보다 5배 이상 크다.

현실적으로 현재의 불안한 금융시장 환경에서 AIG의 유동성 확보는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FRB는 일단 자체적인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시하며 AIG의 생명줄을 월스트리트 투자은행(IB) 손에 넘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지에 따르면 재무부는 골드만 삭스와 JP모건에 AIG 지원을 위한 700억∼750억달러의 대출펀드 결성에 나서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골드만 삭스와 JP모건체이스의 공식적인 입장은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시장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뉴욕주는 AIG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데이빗 패터슨 뉴욕주 주지사는 AIG의 요청에 따라 2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AIG가 자회사 자산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허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AIG는 항공기 리스 자회사인 ILFC를 매각 또는 분리하는 방안을 포함한 광범위한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금조달과 관련한 막판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고 있다.

3대 국제 신용 평가사들도 ‘AIG 폭탄’에 불을 붙이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치는 AIG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16일 AIG의 선순위 무보증채권 등급을 기존 ‘Aa3’에서 ‘A2’로 하향 조정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AIG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더불어 S&P는 추가 하향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AIG의 ‘부정적 관찰대상’ 등급을 유지했다.
S&P 관계자는 “유동성 부족과 모기지 관련 자산의 손실 증가로 AIG의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고 등급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켄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AIG의 파산은 리먼 사태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큐어리티서비스의 트레버 존스 컨설턴트도 “AIG의 파산은 미국 금융이라는 ‘마천루’로부터 주춧돌 한 개를 빼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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