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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쇼크’..“집값 급락 없으나 공급 위축 우려”

이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17 21:31

수정 2014.11.06 00:43



미국의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에 이어 세계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신용경색에 따른 파장이 국내 증시를 강타한 가운데 국내 주택시장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1997년 11월 21일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시작된 외환위기 때와 같은 급격한 금리인상이 수반되지 않는 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부동산시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미국 ‘월가쇼크’로 인해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되고 전반적인 경기가 불안해져 주택수요 기반이 약화될 경우 공급도 덩달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부동산 시장엔 큰 영향 없을 것”

17일 국토해양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AIG의 신용경색에 따른 충격에도 국내 집값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국내 금융시장에는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더라도 주택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인 금리가 치솟지 않는 한 집값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1997년 환란 당시엔 금리가 급등하면서 집값이 폭락했지만 이후 금리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집값은 단기간에 회복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 11월 전국의 집값 상승률은 평균 -0.2%를 기록한 뒤 1998년 들어 1월 -0.8%, 2월 -1.3%, 3월 -2.8%, 4월 -2.8%, 5월 -2.4%로 급락하다 같은 해 6월 들어 -0.4%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1998년 12월에는 0.3%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시중의 단기금리로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격인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은 1997년 11월 말 15%대에서 1998년 1월 23%대까지 치솟은 뒤 같은 해 10월 8%대까지 하락했다. 이는 시중 단기금리 추세와 집값이 반대곡선을 그리며 움직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발 신용위기로 자금수요가 국내 금융시장으로 일시적으로 쏠려 국내 조달금리가 치솟거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당국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한 외환위기 때와 같은 수준의 집값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전망이다.

국토부 주택토지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집값이 폭락할 징후는 전혀 없다”며 “금리가 급등하거나 수요가 급락하지 않는 한 최근의 신용경색 현상이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경로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관계자도 “금리와 집값이 정반대의 관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외환위기 때나 집값이 급등했을 때의 통계로 미뤄보면 반대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금융경색 장기화 땐 시장 충격 클 수도

다만 국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기업이 도산하거나 투자가 줄고 이로 인해 가계소득과 소비 감소로 공급자인 기업의 도산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대출이자를 견디다 못한 주택 소유자들의 매물이 늘어 집값이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관계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거시분석국 관계자는 “신용경색 현상이 직접적인 경로로 주택 수요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고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관리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경기위축이 장기화되거나 심화될 경우 수요가 붕괴돼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위축에 따른 간접적인 충격도 크기 때문에 주무 부처에 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victoria@fnnews.com 이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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