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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사 “돈 되는건 다 팔자”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24 21:28

수정 2014.11.05 13:11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 유동성(현금)을 확보하라.'

건설업체들이 최근 유동성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 미분양 누적으로 투입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데다 국내외 금융시장 경색으로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마저 막히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기존에 따놓은 사업권을 시장에 내놓는가 하면 주택건설사업용 토지와 사옥 등 알짜 보유부동산 등 자산까지 매각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단 팔고 보자' 건설사 자산매각 붐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인 W사는 최근 부산 남포동에서 진행해 온 350억원대의 복합상가 부지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금융업계 전문가를 초청, 중장기 주택사업 전략에 대한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분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중견사들은 현금유동성 확보가 관건인데 최근 상황에서는 사업지를 매각해서라도 유동성을 챙기는 게 최우선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W사도 지난 2개월간 서울·수도권에 있는 5∼6건의 사업 시행 및 시공권을 다른 건설업체에 넘긴 데 이어 최근에는 본사 사옥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최근 미분양 등 분양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조달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대주건설은 경기 파주시 조리읍 주택사업 부지를 매물로 내놓고 효성 건설부문과 협상을 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6월에는 인천 학익동의 주택사업 시공권을 두산건설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400억원 규모의 인천 검단신도시 내 검단지구 23블록과 780억원 규모의 24블록 아파트 사업지의 시공권을 각각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에 총 1180억원에 매각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청라지구 20블록 사업지 시공권을 호반건설에 230억원에 넘겼다.

우림건설 역시 지난 6월 서울 독산동 도하부대 개발사업을 롯데건설에 넘겼고 1400가구 규모의 김포한강신도시 자체사업 지분 50%를 대우건설에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매각 가장 많이 이용

현재 건설사들이 취하고 있는 유동성 확보방안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자체사업 부지 등 회사 보유 부동산을 처분,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는 가격만 맞으면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특성상 사업부지는 곧 회사의 중장기 '먹을거리'라는 점에서 무리한 부지매각은 중장기적인 경영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금융기관에 지급보증을 서고 획득한 사업권(도급공사)을 다른 건설업체에 넘겨 금융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험은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꼭 PF심사에서 우호적인 점수를 얻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할 공사를 다른 회사에 넘기는 것 자체가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금융권에 알리는 것이 돼 금융거래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와 달리 중견사들은 쌓아 놓은 현금이 많지 않아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신세"라며 "일단 자산을 팔아치우면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 자체가 불안하다고 보는 시각이 금융권에 깔려 있어 PF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hin@fnnews.com 신홍범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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