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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지급보증 선 업체들 금융채무 떠안아 곤욕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30 15:47

수정 2014.11.05 12:34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건설업체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금사정이 열악한 시행사들이 금융채무를 시공사에 떠넘겨 시공업체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견 건설업체들이 시행사 부도 등으로 채무와 사업장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경기 불황으로 분양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시행사들이 부도 또는 사업을 포기, 지급보증을 선 건설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떠안게 됐다.

중견 건설사인 신세계건설은 이달에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피엔폴루스’ 시행사인 경원코퍼레이션으로부터 1200억원에 이르는 채무을 떠안게 됐다. 상가 미분양에 따른 금융 비용이 커지면서 시행사 대신 지급 보증한 채무다.

지난해 8월 준공된 피엔폴루스 빌딩은 아파트 92실과 상가로 구성돼 있다. 아파트는 171∼270㎡의 대형이며 상가는 거의 분양이 안된 상태다.

신세계건설은 그동안 아파트 등 주택사업을 벌여 왔으나 고전해 왔으며 이번에 1200억원에 달하는 피엔폴루스 채무를 떠안게 돼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채무금액 1200억원이면 자기자본 대비 81.7%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KCC건설도 경북 성주군 백전예산지구 57블록 아파트 시행사인 ㈜삼진씨앤아이로부터 지난달 사업권을 인도받았다. 넘겨받은 재무금액은 130억원이다. 이 사업장은 99∼153㎡ 아파트 총 412가구 규모로 지난해 5월 분양을 시작했다. 하지만 계약률이 저조해 분양은 물론 공사도 중단돼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업이 1년 넘게 진척되지 않자 당초 시공을 맡았던 KCC건설은 시행사에 현금 15억원을 지급하고 은행 대출을 갚는 조건으로 사업권을 인수했다.

KCC건설은 경기 부천시 소사구 심곡동에서 시공한 ‘KCC엠파이어타워’ 오피스텔에 남아 있는 물량을 아직도 분양 중이다. 340실(92∼224㎡)이지만 여전히 미분양이 남아 있는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분양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한일건설은 지난 3월 광주 지석동 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빛고을건설로부터 521억원의 채무를 떠안았다. 후분양사업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분양에 들어갔지만 시행사가 자금 압박을 받아 오다 PF자금 상환 일정이 다가오자 견디다 못해 한일건설에 521억원에 사업권을 넘겨 줬다.

포스코건설은 시행사 유시드의 부도로 부산 연제구 연산8동 개발사업을 넘겨받았다. 8만7070여㎡에 1400여가구를 짓는 이 사업은 김상진씨 구속 이후 포스코건설이 2650억원의 채무를 떠안고 사업을 넘겨 받았다. 이 사업은 기존 재개발과는 달리 땅을 매입한 뒤 조합원 없이 자체 사업으로 추진,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동부건설도 강원 원주시 단구동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보경종합건설이 부도를 맞으면서 300억원의 보증채무를 떠안고 직접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16만5000㎡에 1000여가구를 지은 이 프로젝트는 동부건설이 매각할지, 자체로 개발할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깊어지면서 이런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고 건설업체뿐 아니라 금융권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건설업체들이 연말 ‘자금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PF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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