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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줄이자” 보수경영 대세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5 21:21

수정 2014.11.05 12:06



“시장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은데 일을 벌일 수 있겠습니까. 내년에는 보수 경영으로 꾸려 나갈 계획입니다.”(대형건설업체 A사 관계자)

“구매 욕구가 전혀 살아나지 않습니다. 경제가 갈수록 어렵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면서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는 것 같네요. 너무 부정적으로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건설사들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의 내년 화두는 ‘보수 경영’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기 역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은 올해 하반기 사업 중 상당수를 내년으로 넘기는 등 위험 분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하반기 분양을 준비했던 건설업체 중 상당수는 사업을 내년으로 연기하거나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건설업체들은 내년 사업계획 및 예산 수립을 앞두고 벌써부터 보수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엔 ‘보수경영’이 대세 전망

올해 주택사업 부문에서 재개발·재건축에 주력했던 삼성건설은 내년에도 비슷한 경영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대규모 공공공사는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다지기 위해 당연히 입찰에 참여하겠지만 주택사업은 워낙 변수가 많아 신규 사업을 가급적 자제한다는 게 이 회사측의 입장이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리스크가 큰 사업은 가급적 배제한다는계획이다. 삼성건설 “재개발·재건축은 그동안 수주한 물량이 많아 그대로 추진하고 해외건설과 공공공사는 수익성을 철저히 따져서 선별적으로 참여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일관된 기조였고 이 같은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역시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아 보수적인 경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미국의 경제위기가 잘 정리돼야 하는데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국내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것도 경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보수경영을 하더라도 매물이나 수주 목표를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며 “위기를 기회로 잡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설명했다

이에 비해 대우건설은 공공공사와 주택사업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내년에도 공격적인 수주 및 분양전략을 유지키로 했다. 다만 수익성을 철저하게 따져 선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 수주목표가 12조3860억원인데 내년에는 13조원 이상으로 목표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GS건설은 “내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수립하겠지만 올해 수주실적이 좋지 않아 내년에는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대형 공사와 재개발·재건축 등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분양 물량 줄줄이 이월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이달 이후의 아파트 분양사업을 접은 상태다. 경기불황에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구매수요가 완전히 실종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으로 이월되는 분양물량이 많아졌다.

한화건설은 이달로 예정됐던 경기 화성시 향남읍 ‘화성향남 꿈에그린’ 1317가구의 분양을 내년으로 미뤘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분양 실패가 예견된다는 이유에서다.

남광토건도 오는 11월 경기 김포시 고촌면에 분양키로 했던 1152가구를 내년 봄으로 연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으로 연기했지만 시장 상황이 계속 좋지 않으면 상반기 분양도 장담 못한다”고 말했다.

동문건설은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 추진해 온 1210가구와 평택시 칠원동의 3769가구에 대해 분양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경기 불황이 심화되자 내년 전망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내달 건설업계가 내년 사업계획과 예산 수립에 들어가는데 ‘리스크는 줄이고 이익을 늘리는 묘안’을 어떻게 짜 낼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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