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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사업조정 이어 인력 구조조정 업체 늘어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8 21:06

수정 2014.11.05 11:44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심상찮다. 미분양아파트가 이달 현재 민간업계 추산으로 30만가구 넘는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가 돌아오면서 부도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는 하루하루 부도 위기 속에서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사채시장에서는 ‘A사가 그저께 만기로 돌아온 어음을 간신히 막았다’, ‘B사는 본사 건물을 매각하기 위해 접촉 중이다’, ‘C사는 대주주가 회사 전체를 매물로 내놨다’는 등 갖가지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금이 몰리는 연말께는 중견 건설업체 서너곳이 쓰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에 골몰하고 있다.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중견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사업구조조정에서 최근엔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업체가 서서히 늘고 있다.


■부도 막자, ‘땅 팔고, 구조조정하고…’

중견건설사인 A사는 최근 만기 도래하는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막기 위해 부산 장전동의 사업부지를 팔아치웠다. 그러나 처음 계약하기로 한 건설업체가 토지 매입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일방통보해 와 이 업체는 회사채 만기를 하루 앞두고 토지매입 의사가 있는 업체를 자력으로 찾아 나서야 했다. 전 직원이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겨우 계약할 업체를 찾아내 계약하고 가까스로 부도를 면했다.

A사 관계자는 “분양이 제대로 안돼 준공이 다 돼 가는 데도 중도금과 잔금을 회수하지 못한 단지가 너무 많다”면서 “금융권이 여유를 주지 않아 재산을 처분해서 회사채를 막았지만 내년에 수익이 될 만한 사업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이 없으면 편할 것 같지만 회사가 어려운 상태에서 일이 없다면 이는 곧 부도로 이어질 수 있어 하루하루가 괴롭다”고 토로했다.

중견주택업체 B사에서는 최근 상품기획실과 디자인설계실, 견본주택팀 직원들이 일괄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해외사업 부진에 대한 위기로 3개월 전에도 임원 등을 구조조정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일반 사원까지 포함해 업무비중이 낮은 부서를 위주로 일괄사표를 받은 후 선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되면서 조금이라도 리스크 요인이 있는 사업들을 모두 정리하다보니 자연히 업무량이 줄어들고 일부 부서별로 구조조정 명령이 떨어졌다”며 “문제는 다른 회사 역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퇴사해도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C사는 아예 대주주가 회사를 통째로 시장에 내놓은 것을 알렸다. 부도설에 시달리고 있는 이 회사는 미분양이 너무 많아 심각한 자금난에 몰렸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대주주가 지분을 넘겼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지만 정작 해당 회사에서는 아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부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은 불필요한 몸집을 줄이기 위해 사옥이나 사업부지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소건설사 “현재도, 미래도 없다”위기감

문제는 이 같은 노력에도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파트 전매제한 완화, 종부세 과세기준 상향조정 등 MB정부 들어 여러 차례 부동산·세제대책을 내놨지만 현재의 시장상황에선 ‘백약이 무효’다. 더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장기불황에 접어들 가능성마저 높아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용일 연구위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등의 만기가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집중되는 데 포트폴리오가 잘돼 있는 대형 건설업체는 괜찮지만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업체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가 건설업계에서는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주택 부문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준공 후 미분양”이라며 “이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미분양 물량 16만가구, 준공 후 미분양 물량 4만562가구로 발표했지만 민간에서는 미분양 30만가구, 준공 후 미분양 7만5000여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건설경영협회 방영갑 총괄상무는 “자금 수요가 가장 많은 연말에 은행들이 금융위기 등으로 만기연장을 안 해 주고 있고 직접자금 조달 수단인 펀딩이나 간접방식인 회사채 발행도 거의 막혀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방 상무는 “공공공사에서도 정부가 예산 절감을 한다는 이유로 입찰을 가격 경쟁위주로 진행해 낙찰률이 60∼70%대로 떨어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덩달아 하도급업체들도 고사위기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방 상무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국내 경제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아사직전인 건설업체에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분양가 상한제, 전매제한, 대출규제 등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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