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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 ‘진정’..쏠림현상 심해져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21 21:44

수정 2014.11.05 10:50



정부가 21일 발표한 ‘가계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유동성지원·구조조정 방안(10·21대책)’ 중 1가구 2주택 중복보유 허용기간 연장과 수도권 일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처분조건부 대출 상환기간 연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계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시장에서는 급매물 압박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수요 및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으로 시장을 회복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다만 규제완화가 집중되는 일부 유망 지역으로는 수요가 몰리는 등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급매물 압박엔 “다소 숨통”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그동안 ‘주택 공급’에 주로 집중했던 데서 모처럼 나온 수요 진작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극도로 위축된 수요 심리를 다소 회복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처분조건부 대출 만기 연장과 일시적 1가구 2주택 중복보유 허용기간 확대, 투기지역 해제 등이 시행되면 ‘급매물’ 압박에 시달려 왔던 주택 보유자들에게 숨통을 어느 정도 틔워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집값 급락세도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씨티은행 조성곤 전략영업센터장은 “그동안 2만9500여가구나 되는 처분조건부 대출자들의 부담이 엄청나게 컸다”면서 “이들이 대거 급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컸는데 일단 급매물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시장에 숨통은 틔워줬다”면서 “다만 시장 상황이 너무 위축된 지금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진통제’ 역할을 할 뿐 시장을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처분조건부 대출의 경우 돈이 모자라서 초급매물을 내놓은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대책 영향으로 시장에서 일부 급매물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영향 전망 엇갈려

수도권에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는 데 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시장이 상승기에서는 엄청난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지금처럼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침체된 상황에서는 상황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투기지역에서 풀리는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그동안 대출규제로 ‘갈아타기’ 부담을 느끼는 일부 수요자들에게 내집마련의 동기를 부여해 줄 것”이라면서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투기지역 해제 가능지역으로 점쳐지는 경기 용인지역 아파트 중에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물량의 경우 투기지역 해제 후 전매까지 가능해진다면 중도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분양권 투매현상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경기 용인 신봉·성복·구성 등 일부 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대부분은 이자후불제인데다 인근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수요자들이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시장 양극화 심화될 것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투기과열지구에만 10개 이상의 재건축, 아파트 및 오피스텔 청약 규제가 중첩돼 있어 원칙적으로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경우 신규분양 수요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분양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이 전망이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 비세대주 1순위 청약이 가능해 인기 청약단지의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더욱이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재당첨금지, 무주택 우선공급 규정까지 완화될 경우 청약수요는 확대되지만 유망 지역으로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주택시장 하강 국면에서는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지역에만 청약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 A급 지역만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동안 청약에 불리했던 수요자들에게 더 좋은 청약기회가 주어짐에 따라 종전의 고분양가 미분양 단지들은 더욱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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