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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실기업 퇴출” 실효성 의문

이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22 21:23

수정 2014.11.05 02:10

정부가 10·21 건설사 유동성 지원 방안에서 밝힌 건설사 구조조정과 관련, 구조조정 대상은 모든 건설사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발표와는 달리 자금지원이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에 한정된다.

이에 따라 부실건설사 퇴출 효과는 거의 미미할 것으로 보여 ‘반쪽짜리 구조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건설사들은 ‘회사정리’를 감수하고 무리하게 자금지원을 신청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2일 국토해양부와 금융위원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를 거쳐 선정될 건설사 구조 조정 대상은 자금지원을 신청한 기업이나 구조조정을 희망하는 건설사에만 적용된다.

정부는 앞서 지난 21일 발표한 대책에서는 “일시적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는 모든 건설사에 대해” 구조조정 방안을 적용한다고 했었다. 더구나 발표 자료에서 구조조정 대상을 명시하면서 “모든”이라는 문구에 큰 따옴표를 표시해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부 또는 은행이 모든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신용평가를 거쳐 구조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별 은행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원하지도 않는데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구조조정을 할 순 없다”면서 “아직 정부로부터 지침이 내려 온 것은 없지만 희망하는 업체만 대상으로 자금지원과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중소 건설사의 경우 중소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마련한 ‘패스트 트랙’ 방식을 적용키로 했으나 이 역시 신청 회사에만 선별적으로 적용된다. 패스트 트랙은 중소기업이 흑자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자금 흐름이 막혀 부도 날 우려가 있는 경우 채권의 만기연장, 이자감면, 신규자금 지원 등을 통해 회생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건설업체의 경우 상시 근로자 수가 300명 미만이거나 또는 자본금이 30억원 이하여야만 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A 또는 B등급을 받으면 이 프로그램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C, D 등급을 받으면 각각 워크아웃과 회사정리 절차에 들어간다. 정부는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채권은행이 거래회사를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은행들은 주로 신청회사에 한해서만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구조조정 방안이 신청 회사에 한해 선별적으로 적용되면 신용등급이 낮아 실제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 건설사들은 이 프로그램을 회피할 수밖에 없어 구조조정의 실효성이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거래은행에서 책정한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의 경우 자금지원을 위해 신용위험평가를 새로 받더라도 신용도가 낮아 구조조정이나 워크아웃 또는 회사정리 절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 트랙 업무를 맡고 있는 국민은행 관계자는 “회사의 사정이 바뀌지 않는 한 거래회사의 기존 신용등급과 새로운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건설사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아 C급이나 D급으로 판정나면 구조조정이나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는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할 회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은 없고 신용도가 높은 회사만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victoria@fnnews.com 이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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