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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지역 해제 기준 ‘뜨거운 감자’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22 21:23

수정 2014.11.05 02:06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대폭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가계부실 및 금융위기를 키우지 않기 위해선 극히 제한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11월 중 주택시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투기지역 해제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예정인 가운데 규제완화 폭에 대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현재의 투기지역 해제 기준을 적용해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를 추진할 경우 사실상 해제되는 곳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투기지역 해제 요건 중 ‘지정 전 3개월부터 지금까지의 누계 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 이하거나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하’에 해당하는 곳이 아직 거의 없어서다. 수도권 전체 투기지역 72곳(행정구역 기준)은 대부분 집값 상승폭이 높았던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지정됐다.
집값이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6년 11월보다 대부분 이전에 지정됐기 때문에 최근 버블세븐 지역 등 여러 곳에서 집값이 빠지고 있더라도 누적상승률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해제되는 곳은 거의 없는 셈이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투기지역 지정 제도는 부동산 시장이 한창 뜨거웠던 시기에 지금 같은 하락장세를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져 엄격한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는 따라서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 조치가 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해선 대대적인 ‘투기지역’ 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투기지역 해제 기준 완화가 아니라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일대 이재국 교수는 “지금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완전히 사라진 ‘동맥경화’ 상태”라면서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다소 부작용이 예상되더라도 ‘강한 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 팀장은 “정부가 대출규제를 푼다고 해도 은행들이 자체 기준을 통해 위기관리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주택대출은 없을 것”이라면서 “투기지역은 적극 풀고 대출은 은행이 자율 규제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10%를 넘나드는 상황에 정부가 가계 부채를 더 부추겨 금융 불안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무리하게 투기지역을 해제할 경우 향후 주택시장의 정상화돼 활황세로 접어들 경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특히 주택 구매력이나 상환 능력이 취약한 계층에 대출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나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 부동산정책팀 관계자는 “투기지역 해제 폭과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부동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장 조사, 지자체 의견 등을 종합하고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시뮬레이션한 뒤 11월 말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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