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건설업계 “어음도래 연말이 최대 고비”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03 21:53

수정 2008.11.03 21:53



“이젠 혹한기를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습니다. 규제완화를 하더라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말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대형 건설업체 K모 임원)

자금수요가 가장 많이 몰리는 연말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주 신성건설이 부도 위기를 간신히 넘긴 이후 대형 건설업체들도 자금 흐름을 재점검하는 등 연말을 대비하고 있다. 또 정부가 규제 완화 효과가 내년 초에는 나타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시기를 버텨내기 위한 건설업체의 자구노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건설사,자금 수요 몰리는 올해 말이 최대 고비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도징후 업체로 자주 거론되는 A사는 지난달 31일 금융권에 돌아온 어음을 간신히 막았다.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돌아오는 어음을 힘겹게 막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연말에 돌아올 어음만 수백억원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중견건설업체 B사도 지난 여름때 두 차례나 부도가 날 뻔했다. 400억원에 이르는 어음이 두 차례나 몰려 왔는데 간신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막았다. 이 회사는 일단 한 고비 넘겼지만 미분양 등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주택건설업체 중 상당수가 연말에 돌아오는 어음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도금과 잔금도 제때 들어오지 않고 PF도 안돼 이래 저래 돈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올해 말이 건설업체로서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체들은 초 고금리에도 돈을 빌리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 C사와 D사는 최근 제2금융권을 통해 16.2%에 달하는 고금리로 자금을 융통했다. 이 회사들은 은행권을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건설업체에 대해 일체의 자금을 빌려 줄 수 없다는 은행 방침으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상호신용금고에서 고리의 이자를 물고 돈을 빌린 것이다.

■현금 확보 총력전 펼쳐

건설업체는 연말 자금 수요에 대비해 이미 현금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사업지 등 팔 수 있는 건 다 파는 등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E사는 얼마 전 부산 장전동의 사업부지를 매각했다. 워낙 급하게 팔다 보니 시가의 절반인 300억원도 받지 못했다. 이 업체는 수도권 주요 지역 미분양아파트도 땡처리로 팔아 넘기고 있다. 물론 제값을 받지 못한 채 급매물로 넘기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생존이 목표이기 때문에 이것 저것 따질 겨를이 없다”며 “돈 되는 것이 있다면 헐값이라도 모두 팔아 치우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건설업체 F사는 구조조정과 함께 불필요한 경비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업무차량 축소, 골프회원권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신규 사업이 없다 보니 인력이 남아 돌고 있어 부서 통폐합 등으로 해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체 중 정상이라고 말하는 업체가 비정상적인 업체일 정도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미 시장에서는 부도설이 파다하고 실제로 일부 업체는 다음주 중 부도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 전체가 초긴장 상태”라고 우려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