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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내년엔 뭘 먹고 사나”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16 22:33

수정 2008.11.16 22:33



‘OOO프로젝트,아십니까.’

건설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견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면서 가상 프로젝트를 포함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명 ‘OOO 프로젝트’, ‘XXX 프로젝트’로 불리는 가상 프로젝트는 경기가 워낙 불투명해 사업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없게 되자 익명으로 붙인 명칭이다.

이런 경우는 대형 건설업체보다는 중견 주택업체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최근에는 상당수 업체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조차 못하고 있다.

중견 주택업체 A사 관계자는 “올해는 자체사업은 고사하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이나 아파트 부지 확보도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내년에 내세울 만한 구체적인 사업이 없어 사업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서울지역 재건축 OOO 프로젝트 4건 수주 예상, 수도권 OOO 프로젝트 5건 추진 예정 등으로 계획을 짜고 있지만 모두 가상으로 만든 허수여서 계획 자체가 무의미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예산도 서울지역 OOO프로젝트 추진 500억원, 수도권 재건축 3건 2000억원 등 뭉뚱그려 배정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건설업체들도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 실물경기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말 인사를 앞두고 있어 누구도 구체적으로 펼칠 사업에 대해 ‘총대’를 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대형 건설업체 A사 임원은 “내년 사업을 총괄적인 것만 상부에 보고했을 뿐 세부적인 사항은 손도 못 댔다”면서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건설업체들의 공통적인 고민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건설사는 일단 올해 추진키로 했던 사업 중 내년으로 미뤄진 것을 간추려 내년 상반기 사업으로 수립했고 일부 수주 예상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치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일 매일 돌아오는 자금을 막느라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얼마나, 어떻게 버티느냐가 더 큰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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