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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많아..집값 전망 어렵다”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24 21:23

수정 2008.11.24 21:23



“부동산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2010년까지는 불황이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세계경제가 다소 안정적으로 간다면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가격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에서 반등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재건축에서 물꼬가 트이고 나면 기타 지역들도 반등 가능성이 있다.”(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연말이 다가오면서 연구기관과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앞다퉈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커 ‘전망이 안되는 전망’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대외 변수가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다보니 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어서다.
부동산 가격이 현재의 반토막으로 떨어진다는 예측도 있고 내년 하반기를 지나면서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안개 속에 빠진 내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부동산 최악 전망 확산

족집게 경제 전망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는 최근 한 매체에서 내년 부동산 시장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단언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강북 역시 추가 하락해 반토막 이상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10억원짜리 아파트가 5억원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전까지 부동산은 쳐다볼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극단적인 전망은 소수만의 견해가 아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건설산업연구원은 ‘2009년 주택·부동산 시장 전망’ 자료를 통해 내년 전국 주택 및 토지 매매가격이 최대 1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국의 모든 주택 및 토지를 대상으로 매매가격이 10%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은 IMF 구제금융 당시와 같은 상황이 다시 찾아온다는 의미다. IMF구제금융을 받은 다음해인 1998년 주택가격 하락폭은 13.6%였다. 당시 전국 곳곳에는 반토막 난 주택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건산연의 이런 전망은 물론 ‘실물경기 침체가 하반기에도 지속되고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유동성 및 신용위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라는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근거한 것이다.

건산연은 실물경기 침체가 하반기쯤 회복세로 전환한다면 주택·토지가격은 전국 기준으로 -5%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또다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경기 전망을 한 이후 이렇게 대내외적인 변수가 많고 불확실성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면서 “시나리오를 따로 적용해 전망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 전망’이 대세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내년 부동산 전망에는 내년 하반기 즈음 경기가 회복될 경우와 회복되지 않을 경우를 나누어 시나리오를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워낙 대외변수에 좌우되는 시장이고 대외변수가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만큼 처음부터 대외변수가 긍정적인 경우와 부정적인 경우로 나눠 전망치를 내놓는 것.

부동산써브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은 “과거엔 경제연구소에서 내놓는 경기 전망치도 대략적인 흐름이 있었는데 요즘은 너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다”면서 “각각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부동산시장을 전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정 변수만 강조하는 전망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제 상황에서 특정 변수만을 강조하는 전망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정책, 수급, 세계 경기 등 각각의 변수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차이 날 가능성이 커서다. 올 초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수만을 강조하다 재건축 시장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대부분 잘못된 전망을 내놨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대외 경기 변수를 좀 더 강조했으면 좀 더 정확한 전망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내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 공급이나 정책 요인만을 너무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정 변수를 강조해 너무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전망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일대 이재국 교수는 “단순히 집값 변화 수치가 얼마인지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전망에 대한 근거를 살펴보고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막연한 전망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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