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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신용등급 또 무더기 하향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09 21:02

수정 2008.12.09 21:02



신용평가회사들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조정함에 따라 가뜩이나 현금에 목말라있던 건설사들이 ‘돈맥경화’에 더욱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안전자산선호 현상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상실한 현재 채권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경우 건설사들이 회사채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그동안 경기침체→미분양 증가→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부도나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다는 소식도 들리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신용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현실을 반영한 자연스런 후속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통상 운영자금의 20∼40%가량을 회사채 발행으로 유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신용등급은 꼬리표처럼 붙어나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이는 금융기관 거래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이번에 신평사들로부터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을 당한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나 대주단과 같은 정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조정은 신호등의 ‘황색신호’와 같은 시그널을 던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한국기업평가에 이어 8일 한신정평가 그리고 9일 한국신용평가까지 3개 신평사들이 연달아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총 47개 건설사 중에서 회사채 등급이 기존에 AA였던 회사는 3곳에서 1곳으로, A등급 업체는 13곳에서 12곳으로 각각 줄였다. 그리고 BBB는 26개사에서 24개사로 감소했지만 BB등급은 5곳에서 10곳으로 2배가 증가했다.

한국채권평가 김신근 부장은 “일반적으로 회사채의 투자적격등급은 BBB- 이상, 투기등급은 BB+이하로 각각 구분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현재 같은 등급이라도 건설사 발행 회사채는 타 업종 회사에 비해 상당히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특히 건설사들의 경우 BBB등급 이하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이 회사채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 회사채는 연 금리가 20%에서 많게는 30%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관투자가나 연기금 등이 아닌 개인이나 부띠끄로 불리는 일반 사설투자자가 대부분이고 단위도 10억원 정도로 소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하반기에 거래된 K건설 회사채(9.35%), 앞서 거래된 D건설 회사채(10.47%) 등도 당시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가 이뤄진 바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황태연 채권연구원은 “채권시장이 극단적인 안전자산선호 속에서 국채, 그중에서도 국민주택2종 등과 같은 일부에만 수요가 몰리고 회사채도 초우량등급에만 매수가 붙는 현실에서 대부분 건설사들이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기에 운용하는 것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경색된 채권시장의 숨통을 트이는 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시장의 기대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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