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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닥친 주택시장..분양가 절반 내놔도 ‘꽁꽁’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10 21:33

수정 2008.12.10 21:33



“분양가의 절반 가격에 나오는 ‘땡처리’ 아파트도 안 팔리고 있어요. 소비심리가 너무 꽁꽁 얼어붙어 있어 분양시장에선 이젠 땡처리도 통하지 않습니다.”

땡처리 전문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미분양 아파트를 땡처리로 분양가의 절반 가격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렸다. 땡처리는 외환위기 때도 많았지만 지금처럼 팔리지 않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것이다.

■반토막 분양가 아파트도 외면…‘구매심리’ 꽁꽁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가의 30%, 심지어는 50%까지 할인한 땡처리 아파트가 등장하는 등 건설업체가 미분양 떨어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수도권 전철 의정부역 주변 한 오피스텔은 분양가의 30∼40%가량 할인된 가격인 6000만∼7000만원에 땡처리시장에 나왔다. 이미 준공된 이 오피스텔은 역세권인데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고급빌라 역시 18가구 중 일부가 50%가량 싸게 시장에 나왔지만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 분양가가 3.3㎡당 2200만원이지만 현재는 1100만원까지 떨어졌다. 300㎡ 내외의 대형주택에다 가구수도 적은 것이 흠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A아파트는 입주 후에도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132∼165㎡의 중대형 아파트가 시세보다 30%가량 싼 가격에 나와 있고 올해 준공된 서울 구로구 구일역 근처 B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40% 이상 싼값에 떨이판매하고 있다.

충남 천안·조치원, 대구, 광주 등 지방에도 분양가의 반토막 수준인 땡처리 물량이 쌓여 있지만 수요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땡처리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완화책을 찔끔찔끔 내놓다 보니 소비자들이 다음 규제 완화 때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돼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소용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땡처리, 법 허점 악용한 편법 기승

분양가보다 싸게 땡처리하다 보니 매출액 누락에 따른 손실부분의 세금처리도 복잡하다. 세무당국이 분양가에 법인세 및 부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땡처리로 싸게 팔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금융권 융자도 당초 분양계약서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자와 건설사, 시행사 간에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이 선납할인을 이용하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보통 분양가를 선납할 경우 7∼8% 정도 깎아준다. 하지만 땡처리할 때는 건설업체가 특정기간을 정해서 파격할인을 한다고 홍보한 후 처리한다. 가령 12월 10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계약하는 고객에게는 30% 할인해 준다고 하고(실제로는 30% 땡처리 물건),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럴 경우 땡처리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과 합의 아래 10%를 12월 10일 계약금으로 내고 중도금 역시 12월 31일 이전에 은행에 납부해 융자를 받아낸다. 누락된 30%에 대해 세무당국이 조사해도 계약서에는 특별 선납할인을 했다고 둘러대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집값 하락기인 요즘에는 입주 후 분양가에 웃돈이 안 붙으면 35% 깎아준다는 내용의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한 건설업체는 충남 지역에서 분양하면서 입주 때까지 분양가에 웃돈이 붙지 않으면 35% 할인해 주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실상은 일종의 땡처리를 하기 위한 편법으로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웃돈이 붙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35%를 할인해 주는 것이다. 세무당국에서 35%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려 해도 계약서에 웃돈이 붙지 않으면 깎아준다는 문구가 있어 빠져나갈 수 있다.


땡처리 전문업체 관계자는 “지방에 1200억원 규모의 아파트를 50% 할인된 600여억원에 땡처리할 물량을 섭외 중인데 요즘같이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위험이 커 고민 중”이라며 “무조건 깎아준다고 팔리는 것이 아니어서 경기가 좋아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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