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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신도시 ‘미운오리’ 신세되나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16 20:57

수정 2008.12.16 20:57



명품과 첨단신도시를 표방한 수도권 2기 신도시가 주택시장 침체와 기반시설 및 교육시설 설치 지연 등이 맞물려 ‘미운 오리’로 전락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와 주택분양시장 침체 등으로 민간건설사들의 분양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고 이로 인한 수익성 저하로 상업시설 건설과 입주도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신도시에 들어설 학교시설 건설마저 교육당국의 예산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어 자칫 유령도시로 전락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신도시 아파트 분양 줄줄이 연기

16일 지자체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수도권에서 노른자위 분양단지로 꼽히던 신도시의 아파트 분양일정이 분양시장 침체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7개 건설사가 당초 지난 10월 말께 공급할 예정이던 5176가구에 대한 동시분양을 연말로 한 차례 미룬 데 이어 내년 3월로 또다시 미뤘다. 그러나 분양시장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해 내년 3월에도 분양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일부 시행사는 아직 시공사도 선정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 및 사업 승인 등 인허가 절차도 줄줄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포한강신도시의 동시분양에 참여키로 한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분양예정인 물량을 내년 3월께로 미뤘는데 동시분양을 하려는 업체들마다 일정이 조금씩 달라 시기를 조율 중”이라면서 “분양시장이 침체도 있고 업체별로 사정이 제각각이라 시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행사는 올해 분양일정을 잡고 있지만 아직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분양일정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공사 선정이 어려운 이유는 신도시의 아파트 공급 자체가 민간택지에 비해 마진이 남지 않고 현재 대형 시공사조차 유동성 위기로 사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김포한강신도시는 사업비 대비 토지비 비중이 44%로 사업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미분양이 많이 발생하면 손해볼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급적 대형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싶지만 시공사도 현 상황에서 신도시의 아파트 도급계약을 하기에는 리스크가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도시 중에서도 노른자위 지역으로 꼽히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와 수원 광교신도시에서도 분양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대우건설과 서해종합건설이 당초 지난 11월께 분양예정이던 중대형 아파트 948가구가 내년 상반기로 분양이 연기됐고 용인도시개발공사의 광교신도시 이던하우스 700가구도 올해 말에서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학교·기반시설 설치도 지연·차질

아파트 분양이 지연될 경우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상가시설 입주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의 경우가 대표 사례. 일부 단지의 입주가 이달 말부터 시작되지만 아직까지 상가와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입주자들은 인근 분당신도시로 나가 시장을 봐야 할 형편이다.

여기에 김포한강신도시와 광교신도시 등은 경기도 교육청이 학교 설립심의안마저 보류해 당분간 학교 없는 신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학교 설립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 ‘2009년 학교설립심의위원회’에서 김포한강신도시와 광교신도시 설립예정 학교들을 심의에서 제외했다. 이 경우 2009년 내에는 학교 설립계획을 진행할 수 없게 돼 2010년 설립심의위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학교 설립기간이 설계기간을 포함, 2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2009년도 설립심의위의 심의를 받지 못할 경우 2011년 4∼6월부터 본격 입주예정인 이들 신도시는 ‘학교 없는 신도시’가 된다.
이는 경기도가 지난 10월 한강신도시와 광교신도시의 학교용지 매입비를 내년 예산에 반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강신도시에는 22개교(초등 11개, 중학교 6개, 고교 5개), 광교신도시에는 14개교(초등 6개, 중학교 4개, 고교 4개)의 설립이 예정돼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상대적으로 분양이 순조로웠던 판교신도시 역시 중심 상가 등 주요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면서 “앞으로 공급하는 신도시들은 아파트 분양 지연으로 상업시설과 학교 설치 등도 덩달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unglee@fnnews.com 이정호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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