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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투기지역 해제..매수세 늘지만 가격급등 없을 것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17 20:49

수정 2008.12.17 20:49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 인근 W공인중개소. 이날 개포주공 4단지 42㎡ 아파트 계약이 예정돼 있었으나 집주인이 갑자기 호가를 올리는 바람에 매수 희망자는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지난 9일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 42㎡는 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이날 집주인은 5억8000만원까지 호가를 높였다. 이날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 해제 추진 소식과 최근 전격 단행된 금리인하 효과 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날 이렇게 계약이 취소된 건수는 이 중개업소에서만 3건이나 됐다.

W공인 김모 사장은 “11월까지만 해도 문의 전화 한통 받지 못했는데 이달 들어 하루 문의만 20통을 넘는다”면서 “이젠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강남3구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매수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의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해제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호가가 높아지는 등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2006년 말 고점 대비 40∼50% 이상 하락한 급매물들이 많아 이 기회를 통해 저점 매수를 하려는 매수세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 해제…매수세 자극할 것

강남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부가 강남3구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풀 경우 매수세를 자극해 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가 급락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 자산 손실을 입은 대부분의 매수 대기자들이 자금 사정으로 적극적으로 매매에 나서긴 어렵지만 급매물 등의 거래는 조금씩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상가 토마토공인 김성일 사장은 “투기지구에서 해제되면 대출도 쉬워지는 등 전반적인 거래 여건이 좋아지기 때문에 매수심리 회복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급매물이 더 늘어나는 등 매도세가 갑자기 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 매도세에 영향을 미칠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 세금 관련 규제는 많이 완화된 상태로 추가 규제완화로 이런 추세가 더 심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는 것.

서일대 이재국 교수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는 기본적으로 매도세보다 매수세를 확대하는 데 큰 효과를 내는 규제완화책”이라면서 “이를 풀었다고 갑자기 급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내다봤다.

■전반적인 시장 영향은 미미할듯

전문가들은 다만 강남3구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푼다고 전반적인 시장의 움직임을 크게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기침체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매매 자체가 크게 살아날 가능성은 없어서다.

현 상황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기지역 해제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가 완화되지만 은행이 자기자본비율 등 자체 기준을 적용해 주택 대출에 소극적이어서 별 효과가 없고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분양권 전매제한, 5년 내 재당첨 금지 등에서 자유로워지지만 강남3구에서는 최근 후분양 아파트들만 일부 분양됐고 내년에도 분양물량이 거의 없어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세제규제를 풀어도 별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강남3구를 푼다고 갑자기 크게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함 실장은 “규제완화를 놓고 정부부처끼리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하면 시장의 신뢰만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강남3구에만 적용되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규제는 사실상 별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거래 심리에만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시장 거래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서둘러 푸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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