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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해지 속출..‘내집마련 꿈’마저 깬다

강두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17 20:50

수정 2008.12.17 20:50



#사례1. 대구 황금동의 장모씨(48·여)는 내년 1월 입주할 아파트의 중도금 때문에 얼마 전 아들 결혼 자금으로 4년 동안 4000만원을 불입한 장기주택마련저축을 해약했다. 전에 살던 집 가격이 급락한데다 지방 경기가 나빠지면서 전세 세입자를 찾기도 어려워진 탓이다. 입주할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은행측이 내세운 까다로운 조건에 생각을 접었다.

#사례2. 지난 2003년 5월 종신보험에 가입 후 매달 23만원을 납입해왔던 김모씨(35).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급전이 필요했지만 높아진 은행 문턱 앞에서 좌절한 김씨는 어쩔 수 없이 보험을 해약했다. 그가 손에 쥔 돈은 지금까지 불입한 원금의 절반정도인 700만원 남짓, 7년 이상 유지해야 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한 푼이라도 아쉬운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은행들의 가혹한 돈줄 옥죄기에 중소기업과 가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보험 해약과 청약통장 해지에 나설 정도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연말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전담반을 설치하고 대출 상환 기일이 도래한 개인과 기업 고객들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결산을 앞둔 데다 최근 은행의 자산 건전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철저한 연체율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지나치게 엄격한 연체 관리와 채권추심으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권의 돈줄 죄기로 돈 가뭄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평생 애지중지해온 내집마련의 꿈인 청약통장마저 깨뜨리고 있다.

금융결제원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현재 전국의 청약통장 가입 계좌 수는 643만2151개로 지난해 4월 이후 1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청약통장 감소세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청약통장 감소 계좌 수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매달 평균 약 2만∼3만개씩 줄어든 데 비해 10월엔 7만7769개, 11월에도 7만3640개가 각각 감소해 감소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691만1994개에 달하던 전체 청약통장 계좌 수가 올해 들어서만 47만9843개가 감소했다.

여기에 보험까지 해지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회계연도 상반기(4∼9월) 보험계약 유지율은 13회차가 79.7%, 25회차가 67.2%로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보다 각각 1.9%포인트, 1.5%포인트 낮아졌다.
보험계약 유지율은 최초 체결된 보험계약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13회차 유지율 79.7%는 보험에 가입한 이후 1년 이내에 해지한 비율이 20.3%에 달한다는 뜻이다. 또한 최근 생명보험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명보험 해약 건수는 지난 9월 말 현재 122만861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만5962건에 비해 무려 23만2652건이나 대폭 늘었다.


신용카드사 등 제2금융권도 신용경색 여파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연체율 관리와 채권추심을 강화하면서 피해 고객들의 민원이 폭주하는 상황이다.

/victoria@fnnews.com 이경호 강두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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