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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부실화 뇌관,강북서 터지나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25 21:40

수정 2008.12.25 21:40



서울 강북지역의 집값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북에서 최근 6∼7개월 새 가격이 30% 정도 떨어진 아파트가 줄을 이어 쏟아지면서 시세가 담보가액을 밑도는 ‘깡통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북지역은 강남권에 비해 투기지역 등 투기규제에서 제외돼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대부분 시세의 60∼70%에 달하는 데다 주택소유자들이 서민위주여서 대출금 상환능력이 떨어져 담보대출 부실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세대로 집값 급락세가 이어질 경우 자칫 ‘강북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도·강’ 집값 최고가 대비 30% 빠져

25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노원, 도봉, 강북구 등 올해 상반기까지 가격이 급등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9월 이후 집값이 최고 30% 가까이 빠졌다.

노원구 하계동 온천청구 105㎡는 고점 대비 1억4000만원이나 내린 4억4000만원짜리가 매물로 나와 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찾는 사람이 없다.
이 아파트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5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24%나 가격이 빠졌다.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 168㎡는 한 때 12억원 선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30%나 내린 9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인근 한화꿈에그린 105㎡도 불과 넉달 만에 호가가 1억1000만원 빠졌다. 현재 4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왔지만 매수 문의조차 없다.

도봉구 방학동 대상현대 109㎡도 석달 만에 1억원이 내린 4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방학동 신동아1차 115㎡는 3개월여 만에 1억원이나 빠져 2억8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도봉구 방학동 G공인 관계자는 “강북지역 집값은 올해 봄·여름의 고점대비 20∼30% 정도 빠졌다”며 “특히 대출을 70%까지 끼고 투자한 사람들은 이미 ‘깡통’아파트에 근접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담보대출 비중 높고 상환능력 떨어져

이 같은 강북 집값 급락은 주택시장 침체로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 집값이 반토막나고 있는 것 못지 않게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강북 지역은 6억원 이하의 서민주택이 대부분이고 투기지역 등이 지정돼 있지 않아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60∼70%에 달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강남권은 자금 여력이 높은 중상류층으로 대출금 상환 능력이 있는 데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담보대출비율이 40% 정도로 낮다.

더구나 강북지역 주택소유자들은 자금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도 부실화를 우려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강북구 번동 H공인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인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강북지역에서는 대출을 70%까지 끼고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일부 단지에서 30% 가까이 저렴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전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며칠 전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 등 규제완화 시기가 미뤄지면서 일시적으로 반등했던 강남권 집값이 다시 내려앉고 있어 강북지역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강남권 집값이 더 내릴 경우 강북에서도 깡통아파트가 속출할 것”이라며 “강북지역 대출자 대부분은 대출금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서민들이어서 자칫 집값이 더 내릴 경우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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