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이렇게 꼬일줄은” 주택시장의 눈물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29 22:29

수정 2008.12.29 22:29



계속되는 집값 하락으로 서울 등지를 중심으로 담보가액이나 분양가를 밑도는 ‘깡통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일반 주택 매수자와 공급자인 건설사 등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29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기에 매도자의 요구에 못 이겨 ‘다운계약서’를 쓰고 아파트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최근 집값 급락에 따른 직접적인 투자손실에다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지도 않는 ‘서류상 시세차익’으로 양도세까지 물어야 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또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금보장제’를 도입해 분양한 일부 건설사는 무더기 해약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금보장제는 입주 후 일정기간 해당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면 아파트 계약을 해지해주고 원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대단지’ 분양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시분양을 통한 공동마케팅을 펼친 건설사들도 집값이 급락하자 입주예정자들이 연합,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각종 집단민원을 제기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집값 하락에 ‘다운계약서’ 부메랑

서울 노원구 중계동 현대4차 115㎡에 거주하는 이모씨(41)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씨는 집값이 상승세를 타던 지난 7월 이 아파트를 4억4000만원에 매입했다. 매입 당시 매도자와 쓴 다운계약서가 화근이 됐다. 이씨는 당시 아파트값이 상승기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매도자가 원하는 대로 실제 거래가액보다 1억1000만원이나 낮춰 3억3000만원에 다운계약서를 썼다. 당시만 해도 강북지역에서는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다운계약서를 쓰는 게 관행처럼 돼 있었다. 더구나 이씨는 집을 3년 안에 팔 생각이 없고 집주인이 집값도 500만원이나 깎아주겠다고 하는 데다 취득·등록세도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어 별다른 생각 없이 다운계약에 응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매입 후 두달 정도 만에 가격이 상승세를 멈추더니 최근 순식간에 8000만원이나 빠졌다. 이씨는 집을 사들이면서 1억2000만원 정도 대출을 추가로 받아 매달 이자만 8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이씨는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이자부담은 커져 손절매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이라며 “하지만 팔자니 다운계약서 때문에 서류로만 발생한 3000만원가량의 양도소득세가 부담스러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원금보장’ 내세운 건설사 이중 부담

중견 건설업체인 A사는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시 화서동에서 293가구를 분양하면서 입주시점에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낮으면 계약해지를 해주는 ‘원금보장제’를 내세워 해당 아파트를 거의 다 분양했다. 그러나 이 건설사는 입주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집값이 계속 내리면서 주변 집값이 분양가보다 훨씬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110㎡의 분양가는 4억6500만원이지만 현재 인근에서 최근 입주한 새 아파트인 K사 아파트 같은 면적은 시세가 3억5000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오산시 갈곶동에서 226가구를 분양한 B건설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119㎡를 3억100만원에 분양했지만 비교대상이 되는 H사의 인근 새 아파트인 110㎡의 시세가 2억1000만원으로 1억원가량 낮다.

이 외에 경북 경산, 충남 천안, 광주 수완 등지에서도 원금보장제 도입을 통해 분양한 건설사들이 원금보장 약정기간이 가까워지면서 대규모 해약사태를 빚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공동마케팅’ 건설사 민원에 몸살

지난해부터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와 민간 도시개발사업에서 유행했던 공동마케팅도 건설사들에 또 다른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건설사들은 당시 대단지 프리미엄을 강조,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높여 분양 흥행을 유도하기 위해 ‘동시분양’이라는 공동마케팅을 펼쳤다. 이로 인해 일부 단지는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목표치 이상의 계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변 집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집단민원’이라는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민간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분양한 한 건설사는 해당 아파트단지가 아닌 다른 업체 아파트단지 입주예정자 민원이 그 지역 전체 아파트의 문제인 것처럼 불거져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는 주변 집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이곳에 입주할 두개 단지 입주자동호회가 하나로 뭉쳐 건설사들을 상대로 각종 민원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 단지의 민원사항이 아닌데도 한 단지로 간주해 민원을 제기하고 이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이미지 추락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동마케팅 때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효과를 봤지만 집값 하락기인 지금은 되레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