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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간섭에 사업 못하겠네”..건설업계 구조조정 후폭풍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21 22:57

수정 2009.01.21 22:57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건설·조선사에 대한 1차 구조조정 단행을 시작으로 건설업계에 구조조정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은행권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기업(B등급)까지 자금지원을 전제로 실사와 자구계획까지 제출하도록 해 은행권이 건설사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채권단은 지난 20일 건설사별 신용위험평가를 발표하면서 워크아웃 대상기업(C등급)은 물론이고 일시적 유동성 부족기업(B등급)으로 분류한 건설사들까지도 프리워크아웃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하면서 건설사에 대해 본격적인 경영간섭을 예고했다.

■B등급 건설사도 은행이 경영 간섭

이날 채권단 대표로 나선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B등급으로 분류된 기업도 채권은행단의 공동 지원이 불가피하다”며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사후관리 차원에서 자구계획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하는 등 프리워크아웃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자금지원이 재개되더라도 B등급 건설사들은 채권은행이 지정하는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와 같은 외부 전문기관의 실사를 받아야 하며 자구계획까지 제출해야 한다.

건설사들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워크아웃 대상에 속하지 않은 중견건설 S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에 대주단 가입을 종용할 때만 해도 경영계획서나 자구계획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 D사 관계자는 “B등급은 말 그대로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인데 실사를 받고 자구계획까지 제출하라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며 “자구계획을 제출하라는 것은 결국 구조조정을 하라는 말과 같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워크아웃 기업 임원진 등 물갈이 불가피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분류된 C등급 건설사들은 대규모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따를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며 이 과정에서 경영진들의 대거 물갈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 한 임원은 “이번 발표 때문에 추가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임원진은 대부분이 물러난다고 봐야 하며 그러기 전에 사표를 제출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임원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인원감축을 하고 사업지도 대거 매각하는 등 몸집을 확 줄였는데 은행에서 추가로 자구계획을 세우라고 하니 난감하다”며 “아마도 다음달께 인력 재배치 등을 포함한 별도의 조치가 단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신규사업 ‘올스톱’ 우려

자금지원을 미끼로 은행권의 본격적인 경영간섭이 시작되면 건설업계의 신규사업도 ‘올스톱’ 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금 사정이 양호한 극히 일부 건설사를 제외한 대다수 건설사는 사업을 시작하려면 은행권의 자금지원이 필요하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외부 실사와 자금상환 계획까지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황에 은행이 이해할 만한 자금계획을 제시하라면 신규사업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최소 3년 후의 시장을 예상해 사업하는 건설업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이번 발표로 은행대출이 재개될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지금보다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며 “중견건설사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도 신규사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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