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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C등급 건설사의 ‘굴욕’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28 22:47

수정 2009.01.28 22:47



금융권이 건설사에 대한 1차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이 강력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어음할인 지연과 법인카드 사용금지 등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택분양보증과 공공공사 계약을 위한 보증서 발급이 지연되거나 거부되기 일쑤다. 심지어는 해당업체 임직원들의 개인신용대출마저 통제받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2개 구조조정 대상업체(11개사 워크아웃, 1개사 퇴출) 명단이 발표된 후 이들 건설사들은 금융권으로부터 사실상 부도업체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

■개인신용 대출 못받아 ‘발 동동’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된 중견건설업체 A사 직원 정모씨는 지난 21일 H은행에 결혼자금으로 300만원의 개인신용 대출을 신청했다가 그자리에서 거부당했다. 전날 금융권에서 A사가 ‘C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신용대출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씨는 월급이 입금되는 회사의 주거래은행을 곧바로 찾아 대출을 신청했다. 주거래은행의 경우 상장사인 데다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면 소액의 개인신용 대출은 그 자리에서 처리해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은행 역시 C등급 회사 직원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했다.

A사 관계자는 “회사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개인에게까지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당장 결혼 또는 이사, 주택구입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엄청난 이자부담을 안고 제2금융권이나 사채를 이용하라는 얘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보증서 제때 발급 못받아 ‘울상’

어렵게 수주한 공공공사에 대해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건설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등은 이번에 분류된 구조조정 대상업체에 대한 위험평가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C등급 업체들은 관급공사를 수주하더라도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C등급을 받은 B사 관계자는 “최저가공사를 따게 되면 낙찰사 선정을 위해 저가심사를 하는데 보증기관에서 C등급 업체라는 이유로 이행보증서 발급을 꺼려 발주처와의 계약도 힘들어질 수 있다”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연대보증사를 세우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신규 분양사업 당분간 ‘올 스톱’

C등급 판정을 받은 업체들은 신규 분양도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대한주택보증은 신용위험평가 결과와 관련한 업무지침을 통해 C등급 업체들에 대해 워크아웃 약정 체결 전까지 신규 분양보증서 발급을 보류토록 했다. 이에 따라 채권금융기관의 신용위험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11개 건설사들은 채권기관과의 워크아웃 약정체결 전까지는 신규 분양사업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체 공사현장은 전국에 걸쳐 있기 때문에 현장을 파악하고 실사를 끝내려면 최소한 3∼6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약정체결 때까지 신규 분양보증심사를 보류하면 신규 분양사업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라고 말했다.

C등급 판정을 받은 C사는 오는 5월께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 대규모 분양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이번 주택보증의 분양보증 중단 조치로 사업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워크아웃 협약이 체결되더라도 금융권이 극히 제한적으로 분양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워크아웃 판정 건설사들의 분양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용등급 하향으로 공공공사 수주 ‘뚝’

신용등급 하향조정 움직임이 보이면서 C등급 업체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 등급에서 하향조정되면 공공공사 수주에 큰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때 500억원 이상 공공공사는 BBB-, 500억원 미만은 BB- 이상의 등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명단(Watchlist)’에 등록,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구조조정 대상업체 중 7개 업체의 신용등급이 회사채 기준 BBB-나 BB+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주단 가입 목적이 건설업체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냐”며 “공공공사 수주, 신규분양 등 정상적인 사업활동을 하면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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