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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교포 ‘바이 코리아’ 뚜껑 열어보니 ‘빈수레’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01 22:11

수정 2009.02.01 22:11



사상 최고치에 이른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로 여겨졌던 해외동포 상대 미분양아파트 판매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해외부동산 전문업체인 루티즈코리아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달 말 국내 건설사 70여곳과 함께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미국 현지에서 진행하려던 국내 미분양아파트 판매행사는 일단 이달 말로 연기됐다. 이 회사는 현재 4∼5개 건설사와 협의 중이지만 결과에 따라 무기한 연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초기 해외 미분양물량 판매에 적극적이던 건설사들이 광고비, 분양대행비 등 초기 마케팅비용에 부담을 느끼면서 해외 마케팅이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막상 해외동포를 상대로 미분양물량을 팔려다 보니 수요가 강남 등 유망 지역에만 한정돼 있고 분양가 할인 폭에 대한 시각차가 큰 것도 해외판매가 지지부진한 원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동포들이 원하는 곳은 강남 등 몇몇 지역에만 한정돼 있어 우리가 팔아야 할 미분양물량과 차이가 커 해외 판매 추진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미분양물량이 대부분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 집중돼 있는 반면 해외동포들은 중심지역 이외의 매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

건설사의 구조조정 등까지 겹쳐 해외 미분양물량 판매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루티즈코리아 이승익 사장은 “해외 미분양 마케팅 프로모션에 참여하려고 검토하던 국내 건설사 중 이번에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업체도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 “건설사들이 해외 마케팅비용을 단 2억∼3억원 쓰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들여야 하는 초기비용만 100만달러가 넘고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0.9%에 불과한 중개업소 수수료도 미국 현지에선 4∼6%나 되는 등 초기부담이 컸다”면서 “계약이 얼마나 성사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 해외 판매 추진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광고를 진행한 건설사들의 실적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부터 단독으로 미국 현지에서 케이블TV 등을 통해 서울 중구 회현동 롯데캐슬아이리스 아파트 광고를 내보낸 롯데건설이 현재까지 5건의 해외동포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 거의 유일한 성과다. GS건설도 미국에서 광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 아직 직접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

미국동포를 대상으로 신문 등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벌여 온 쌍용건설은 추가적인 미분양 판촉활동을 일단 접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IMF외환위기 당시 해외동포에게 미분양아파트를 많이 팔아서 이번에도 검토를 하긴 했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나설 상황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면서 “과거와 달리 지금은 미국 현지 경기 상황도 어려워 수요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적정 분양가에 대한 해외동포와 국내 건설사 간의 시각차가 큰 것도 해외 미분양물량 판매에 걸림돌이다.
이승익 사장은 “주변 시세는 계속 떨어지는데 건설사들은 이미 시세에 비해 20% 이상 비싼 분양가를 단 5% 정도 내려 팔면서 크게 인하한 것처럼 생색내려 한다”면서 “해외동포들이 무작정 국내 미분양아파트를 싸다고 살 것이라고 생각해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해외동포들이 국내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복잡한 행정절차도 해외 미분양 판매에 문제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114 맵리얼티 최정원 매니저는 “지금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괜찮다고 판단하는 동포들 중에서도 물건에 대한 가치평가와 은행 대출 및 송금, 부동산 매입신고 등 구체적인 절차를 거치면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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