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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등급 건설사 “C등급이 부러워”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02 22:51

수정 2009.02.02 22:51



“어정쩡한 ‘B등급’보다 차라리 ‘C등급’이 낫다.”

금융권의 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게 된 데 비해 경영사정이 좋지 않으면서도 ‘B등급’을 받은 일부 중견 건설사는 금융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일 금융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림건설, 동문건설, 월드건설 등 C등급 건설사 11곳 중 10곳이 이번 워크아웃 개시를 계기로 향후 3개월간 채권·채무를 유예받는 등 부도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번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된 B등급 건설사는 C등급 건설사와 달리 은행권의 별도 지원 없이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달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C등급 건설사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을 밝히면서 B등급 기업은 채무동결이나 별도의 신규자금 지원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만일 B등급 건설사가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할 경우 재무상태를 재평가해 기존 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미분양이 많거나 자금흐름이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몇몇 B등급 건설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번 평가 결과로 당초 예상했던 은행권의 자금지원을 못 받게 된 데다 분양시장을 비롯한 부동산경기는 좀체 살아날 기미가 없어서다. 그렇다고 기업신용위험 등급이 이미 결정된 마당에 뒤늦게 은행에 손을 벌릴 경우 시장에서 잠재부실이 많은 기업으로 낙인 찍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의 한 자금담당 관계자는 “시장에서 부도설까지 나돌던 건설사 중 일부 회사는 이번에 C등급이라도 나오길 기대하다가 B등급이 나오자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며 “C등급이었다면 채무동결과 신규자금 지원을 통해 회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평가등급이 좋게 나오면서 자금지원을 못 받게 돼 되레 부도가 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미리 간파한 일부 B등급 건설사는 금융권이 기업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당일 해당 주채권은행 담당자를 찾아가 C등급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들 건설사는 기업신용위험평가 때 퇴출이나 워크아웃을 예상해 자체적인 구조조정이나 사업지 매각도 진행하지 않고 있던 터라 상황이 더 안 좋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친 요즘 같은 때에 은행의 별도 자금지원 없이 서너 달을 버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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