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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건축 핵심규제 안풀어 ‘시장만 혼란’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04 23:00

수정 2009.02.04 23:00



서울시가 최근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규제는 존치키로 해 재건축정책의 실효성을 반감하고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와 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건축단지의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늘리고 한강변 재건축단지는 층수제한을 푸는 등 재건축 활성화방안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사업의 성패를 가를 만한 주요 사항으로 꼽히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과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보금자리주택 환수’ 등 ‘2대 규제’는 존치키로 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와 재건축조합 관계자들은 재건축사업에서 이들 ‘2대 규제’를 풀지 않고는 다른 어떤 규제를 풀어도 사업성이 없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용 60㎡ 이하 20% 건설 의무 ‘고수’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지난 2일부터 재건축단지의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20%)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단지의 전체 공급물량 가운데 85㎡ 이하는 60%, 85㎡ 초과는 40%를 지으면 된다.
이에 따라 재건축단지는 지난해 말 정부와 서울시가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인 300%까지 부여키로 한 조치와 맞물려 재건축사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소형주택 수급여건을 고려해 조례 개정을 통해 전용 60㎡ 이하를 20%까지 짓도록 한 규정을 종전처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주택국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 등 소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소형의무비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비율을 정한 조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했음에도 서울시내 재건축단지는 전체 재건축 가구 수 중 전용면적 기준으로 60㎡ 이하 20%, 85㎡ 이하 40%, 85㎡ 초과 40%를 지어야 한다.

문제는 소형의무비율을 지키려면 대부분 재건축단지에서 상당수 입주자가 재건축 후 현재 사는 주택면적보다 작은 주택을 배정받을 수 없게 돼 사실상 재건축이 무의미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와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 대다수의 중층, 중대형 아파트단지의 재건축사업이 부진한 것도 소형주택건설의무화에 따른 조합원 간 주택형 배분 불평등 문제로 조합원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한강변 재건축단지의 층수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인 300%까지 풀어준다 해도 소형의무비율을 풀지 않으면 재건축사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법까지 개정하면서 소형의무비율을 풀고 있는데 서울시가 굳이 조례를 만들면서까지 규제를 존속하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서울시에서도 재건축을 활성화한다며 층수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마당에 소형의무비율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강조했다.

■보금자리주택도 법정 최대치로 환수

정부가 재건축단지 내 임대주택 건설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30∼50%를 보금자리주택(소형 분양주택 및 임대주택)으로 환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국토부가 제시한 범위에서 최대 수준인 50%를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로 도심 내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이 줄어드는 것을 최대한 막는다는 게 시의 방침”이라며 “보금자리주택 환수비율도 이 같은 차원에서 최대치인 50%로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종전의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 환수하는 것보다 규제가 되레 강화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조합 관계자는 “예전에는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주택으로 환수했던 것을 지금은 30∼50%를 보금자리주택으로 환수하는 것으로 사실상 말만 바꾼 것”이라며 “더구나 서울시에서 법정 최고치인 50%를 환수한다면 사업성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재건축사업 활성화와 장기전세주택 공급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보니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며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하면 보금자리주택 확보도 어려워지는 만큼 사업 추진이 원활해지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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