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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공공공사 따낼수록 적자 눈덩이”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08 22:28

수정 2009.02.08 22:28



“최저가 공사도 없어서 못하고 있죠. 지금은 낙찰률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하지만 업체간 수주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대형 건설업체까지 뛰어들다 보니 우리 같은 중소업체는 갈 곳이 없습니다.”(중소건설사 한 관계자)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공공부문의 건설공사 발주를 늘리고 조기집행에 나서고 있지만 과열경쟁에 따른 출혈수주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공공공사가 가격을 낮게 제시한 건설사에 공사를 맡기는 최저가낙찰제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일감 부족에 허덕이는 건설사들이 대거 공공공사 수주에 몰리면서 심각한 출혈 수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렵게 공사를 따낸 건설사들도 수주하면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악순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소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택사업을 접고 공공공사에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아 앞으로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미분양에 최저가공사까지 ‘쌍끌이 적자’

지난해 건설업체들은 미분양 적체에다 최저가공사 등 공공공사도 손해를 보는 ‘쌍끌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8일 대한건설협회가 집계한 ‘2008년 최적가공사 낙찰률’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주된 300억원 이상의 최저가 낙찰제 공사는 총 256건이며 이들 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72.18%였다. 이는 2007년의 평균 낙찰률(68.32%)에 비해 3.86%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업계가 추정하는 최저가공사 손익분기점이 낙찰률 75% 정도임을 감안할 때 여전히 손해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A사 관계자는 “공사별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낙찰률이 평균 75%를 넘어야 본사 관리비와 현장 실행비를 보전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90% 이상이 수익성과 무관한 낙찰률로 수주, 중장기적으로 건설업계의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공공사에서 저가로 수주해도 주택분야에서 수익을 보전해 줘 전체적으로 수익구조가 어느 정도 맞춰졌는데 지금은 두 부문 모두 적자가 나 업계 전체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정가 큰 폭 삭감, 수주할수록 적자 심화

문제는 올해다. 전국 수요기관으로부터 공사물량을 받아 발주를 대행하는 조달청이 작성하는 예정가격이 더욱 삭감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최고경영자들은 조달청의 과도한 정부공사 예정가격 삭감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MB 정부 들어 예산 10% 삭감 분위기가 퍼지면서 예가가 무려 25% 삭감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럴 경우 최저가공사를 70%에 수주하더라도 삭감 폭을 감안하면 실제 수주액 비율은 4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전체 예산에서 55%를 절감해 좋겠지만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하도급업체와 재하도급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예전부터 예가 삭감이 이뤄져 왔지만 최근 들어 삭감 폭이 더욱 확대돼 평균 15∼25% 정도”라며 “정부가 경기 부양과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데 정작 건설업체들은 공사를 수주하면 할수록 적자가 심해져 부실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값 줘야 경기부양 효과 기대

건설업계는 공공공사에 대한 무리한 공사금액 삭감을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바라고 있다.

정부가 4대강 유역 개발 등 대규모로 공사물량을 쏟아내도 단가가 워낙 낮아 적자만 난다는 것이다.

한국건설경영협회 방영갑 상무는 “물량만 많다고 해서 경기부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에 수주해야 기업도 살고 일자리도 창출되는 것 아니냐”며 “실효성 있는 제도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행 예가산정 기준이 되는 실적공사비 제도를 과감하게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적공사비는 실제로 투입되는 단가나 자재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는데 문제는 건설업체가 저가로 낙찰한 금액을 기준으로 작성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사가 도로공사를 예가 100원 대비 70원에 수주했으며 다음에 발주되는 도로공사는 70원을 100원으로 보고 예가가 작성되고 건설업체들은 이를 보고 또 다시 70% 낙찰률로 공사를 수주하게 된다. 공사입찰이 계속될 수록 원래 초기 예가와는 큰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원가에 대한 리스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가로 낙찰된 금액은 실적공사비 산정 때 배제하거나 연 2회에 걸쳐 실시하는 노임, 자재비 등 시장가격 조사를 매달 실시해 실적공사비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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