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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등급’ 시공사 교체요청 쇄도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18 22:34

수정 2014.11.07 10:38



“원하는 조건에 맞춰 줄 테니 사업장을 방문해 보시고 시공을 맡아주세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엠코의 재정비사업팀에는 최근 전국의 재개발·재건축 조합들로부터 하루 평균 20여통의 전화를 받는다. 모두 현재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가 경영위기를 겪고 있어 시공사를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엠코 관계자는 “최근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 전국의 주택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로부터 시공을 맡아 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면서 “기존 시공사가 최근 은행권의 신용위험평가에서 재무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나 시공사를 바꾸려는 사업장이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워크아웃 대상 시공사 움직임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신용위험평가에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건설사들이 기존에 추진하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도 타격을 받을 조짐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재무구조가 탄탄한 다른 건설사로 시공사를 교체하려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대형 건설사들과 현대자동차 계열 건설사인 엠코 등에는 시공을 맡아 달라는 조합들의 요청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서울, 부산 등의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좋은 입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공을 맡아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었다”며 “기존 시공사가 이번에 C등급이나 B등급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에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한 재개발 조합은 최근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민원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존 시공사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자금 압박을 받아 사업추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조합원들의 우려다.

이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일방적으로 시공사를 교체하려면 해약금을 물어야 한다”면서 “아직 직접적으로 계약서에 명시된 시공사 변경 사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면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C등급을 받은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은 서울 4곳, 부산 5곳, 그 밖에 인천, 경기, 충청, 강원 등에서 각각 1곳씩 등 총 14곳 정도다. 여기에 시공사의 재무구조가 취약해 사업 추진이 더디거나 추가분담금 문제와 집값 하락 등으로 조합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 등을 더하면 조합이 시공사 교체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은 상당히 많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공사, 교체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교체는 시장 여건상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들이 원활한 사업 추진과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해 경영 사정이 좋은 건설사로 시공사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만 건설사들이 이를 적극 받아들이긴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J&K투자연구소 권순형 대표는 “조합과 시공사 간에 계약을 할 때 재무, 시공능력 등에 대한 시공사 교체 사유가 명시돼 있다”면서 “명확한 계약 해지 사유가 아닌 이상 계약을 파기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해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시공사 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것도 조합들이 새로운 시공사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장을 인수하려면 대여금, 지급보증 등 기존 건설사가 그동안 부담해 온 것들도 모두 인수해야 한다”면서 “당장 시공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추가 자금을 들여 다른 건설사들이 추진하던 사업장을 대신 맡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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