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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등급 건설사에도 보증서 발급을”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22 21:55

수정 2014.11.07 10:15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건설사에 대한 공공건설공사 보증서 발급을 놓고 해당 기업과 보증회사 간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은 일단 추가담보 등 영업보증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C등급’ 건설사에 대한 공공공사 보증서 발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수주를 가로막는 보증서 발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해당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탄원서를 건설단체에 제출하고 건설사 실무자들은 국토해양부에 이어 금융위원회까지 방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C등급 건설사 중 한 곳인 경남기업은 20일 한국도로공사로부터 경부고속도로 북천안IC신설 공사를 단독 수주, 건설공제조합에 23일 보증서 발급을 신청할 예정이어서 보증서 발급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기업은 이번에 수주한 공사의 보증서 발급이 안 되면 계약을 하지 못하고 부정당제재까지 받게 된다며 정상적인 발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 대상업체가 발표된 후 건설업체가 공공공사를 단독으로 수주, 공사보증을 신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기업 ‘북천안IC공사’ 보증서 발급 여부 촉각

경남기업이 수주한 경부고속도로 북천안IC 건설공사의 이행보증서 발급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공사금액은 228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워크아웃 대상기업이 처음으로 단독수주한 공사라는 점에서 보증서 발급 여부가 앞으로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건설공제조합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은 워크아웃 대상기업이 단독수주한 공공공사에 대해서는 공사이행보증서 발급을 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최근 워크아웃 대상기업들의 탄원서 제출과 정부의 권고, 여론 악화 등 여러 변수가 생긴 만큼 무작정 발급을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건설업체의 어려움을 잘 알지만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에 대해 아무 대책 없이 보증을 해 줄 수는 없다”면서 “워크아웃이 개시될 때까지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채권을 확보하면서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제조합도 보증 여력이 1조원 안팎밖에 되지 않고 이미 대동종합건설로 인해 대지급금이 수백억원 발생한 상태”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문제가 되는 영업보증 규정을 조합 이사회나 운영위원회를 열어 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보증사, ‘보증서 발급’ 갈등 확산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풍림산업 본사에서는 워크아웃 대상 건설업체 최고경영자 5명이 긴급회동을 가졌다. 건설공제조합 보증서 발급 정상화를 위해 의견을 모으고 대한건설협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모임에는 풍림산업 이필승 사장, 경남기업 김호영 사장, 우림건설 김진호 사장, 월드건설 조대호 사장, 삼호 심인철 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건설공제조합이 워크아웃 대상업체에 대해 공사이행보증, 선급금보증, 하자보수보증, 하도급대금보증 등의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며 발급 정상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 실무자들은 모임을 갖고 건설공제조합 보증서 발급 정상화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국토해양부와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했다.


최근의 이런 분위기와 관련, 업계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1999년과 2000년에 쌍용건설과 현대건설이 각각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업계는 이들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암묵적으로 지원했지만 지금은 ‘나만 살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를 위해 업계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분위기만 조성되면 보증사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텐데 모두 ‘남의 집 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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