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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했던 주택시장 다시 ‘썰렁’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04 22:23

수정 2009.03.04 22:23



서울, 수도권 주택시장이 신축주택 양도세 한시 감면 조치로 수도권 일부 미분양단지에서 거래가 이뤄진 후 다시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 단지에는 지난달과 다르게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신규 계약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도 각종 규제완화와 개발 호재로 올 초 반짝 상승한 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실물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주택수요가 가라앉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주택경기 회복을 발판삼아 내수를 부양시키려는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하지만 정부는 오는 4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다주택자의 토지 양도세에 대해 추가적인 감면조치를 추진 중이어서 향후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반짝 상승하던 주택경기 다시 썰렁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양도세 감면조치로 한 동안 방문객이 몰리면서 신규 계약이 늘던 수도권 미분양단지가 다시 썰렁해지고 있다.

정부의 지난 2·12대책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급등하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달아오르던 시장의 열기가 벌써 식어가고 있다”면서 “양도세 완화 대책이 발표된 직후 2∼3주 동안 150가구나 미분양 아파트가 팔렸는데 이번 주 들어서부터 방문객이 확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재건축 등 규제완화와 개발 호재로 올 초부터 상승세를 타던 기존 주택시장도 매수세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서울 잠실 주공5단지 112㎡의 경우 올 들어 11억2000만원까지 올랐으나 지난주 2000만원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출연했다.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의 경우도 다시 급매물이 늘어나는 등 위축되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 50㎡는 올 들어 9억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8억5000만원으로 하락했고 42㎡도 최근 7억원까지 팔렸지만 현재 6억6000만으로 떨어졌다.

개포1단지 A공인 관계자는 “고점 대비 5000만원 정도 떨어진 급매물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급매물이 나오면 바로바로 팔렸는데 현재 너더댓개 정도 쌓여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경제위기감이 또다시 심화되고 있고 강남3구 투기지구 해제 등 추가 규제완화도 늦춰지는 등으로 매수세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강남지역 등의 집값 회복세가 더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도세 추가감면 조치 약 될까

기획재정부는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3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를 현행 45%(2011년 이후는 60%)에서 일반과세율(6∼35%)로 낮추고 부재지주에게 양도세를 60%로 중과하던 것을 일반세율 과세로 적극 검토 중이다. 정부는 그동안 징벌적 과세성격을 띤 다주택자의 중과세를 폐지해 시장 기능을 다시 살리고 부자들의 투자자금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신축주택 양도세 감면에 이어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일반세율로 과세한다면 자금력이 풍부한 수요자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물경기가 지금보다 더 침체될 경우 오히려 다주택자들이 매입보다는 보유주택을 처분하면서 매물이 늘고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가 상속세와 증여세를 낮추는 것도 자산가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해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특히 증여세의 경우 양도세를 일반세율로 낮출 경우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들은 그동안 많이 떨어진 버블세븐 지역 주택을 매입해 자녀에게 증여하는 형식의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토지시장도 부재지주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일반 세율로 과세할 경우 지난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폭 해제된 것과 맞물려 가격이 많이 하락했거나 개발호재가 예상되는 곳을 중심으로 거래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지난 1월 토지거래 규제를 풀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지만 양도세 중과로 투자차익을 챙길 수 없어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양도세 중과가 풀리면 사실상 토지시장 규제가 거의 풀리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이어 토지시장에도 부동자금이 다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박일한기자

■사진설명=제2롯데월드 건립 호재로 올초부터 급등세를 연출하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가 실물경기 불안으로 인해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
주공5단지는 이달 들면서 호가를 2000만원 이상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는 등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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