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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가 꿈도 못 꿀 ‘신혼주택’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12 11:00

수정 2009.03.11 22:34

정부가 신혼부부들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 중인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제도에 대해 형평성과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수도권에서 공급된 민간아파트의 경우 신혼부부용 특별공급분인 소형(전용 60㎡ 이하)이라도 분양가격이 약 4억∼5억원에 달해 대부분이 서민인 신혼부부들이 정작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일부 부유층 신혼부부들에게 상대적으로 혜택이 편중돼 특혜 논란마저 일고 있다. 신청절차도 까다로워 올해 실제 공급된 신혼부부 주택의 청약률도 예상 외로 저조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책 목표대로 청약가점제에서 소외된 저소득 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 준다는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고 지적한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인 민간 신혼부부 주택의 분양가는 대부분 2억5000만원에서 최대 5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3억∼5억원으로 ‘그림의 떡’

대표적인 곳이 최근 분양한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푸르지오’와 용산구 신계동의 ‘신계 e-편한세상’이다.

효창푸르지오는 신혼부부 특별공급분으로 배정된 77㎡ 37가구의 분양가는 최저 3억8300만원에서 4억2800만원 수준이다. 신계 e-편한세상 신혼부부 주택은 분양가가 더 높아 81㎡가 5억5100만원, 82㎡는 5억6300만원이나 된다.

올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급될 유망지역의 신혼부부 주택도 대부분 3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인 유망 신혼부부주택 및 해당 지역 인근의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시세는 대부분 3억원대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건설이 올해 안에 서울 중구 신당5동 신당6구역에 공급 예정인 물량과 롯데건설이 영등포구 당산2동에 공급하는 아파트의 인근 소형 시세는 4억원 수준이어서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되더라도 4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우건설과 삼성건설이 올해 하반기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뉴타운3구역에 분양하는 재건축 아파트와 한신공영이 오는 8월 분양 예정인 동대문구 답십리동 아파트, 삼성건설이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올해 상반기 분양할 아파트 등의 소형은 3억원 수준에 분양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써브 윤지해 연구원은 “서울 수도권에서 입지가 좋은 곳의 소형 아파트 분양가는 기본적으로 3억원이 넘는다”면서 “자금여력이 떨어지는 대다수의 신혼부부들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약률 예상외 저조…실효성 논란도

높은 분양가로 대다수의 신혼부부들이 청약에 나서기 어려워지면서 올해 공급된 신혼부부주택이 청약률도 예상외로 낮다.

서울 용산 효창푸르지오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배정된 소형 아파트 가운데 77㎡A는 전체 31가구 모집에 단 10가구만 접수돼 청약률이 30%에 그쳤고 77㎡B도 6가구 모집에 5가구가 신청했다. 이 아파트 일반 분양 물량이 최고 19.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떴다방까지 등장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용산 신계 e-편한세상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배정 물량 7가구 중 7명이 신청했을 정도다.

신혼부부 주택의 분양가 수준이 신혼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고 신청절차까지 까다로워 대거 미달사태가 빚어지면서 실효성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2억원 이상 내 집 마련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넉넉한 신혼부부들에게 정부가 나서서 왜 ‘특별공급’까지 하면서 특혜를 주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울과 수도권 요지의 소형 주택은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어 자금여력이 많거나 부자 부모를 둔 신혼부부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명지전문대 서후석 교수는 “맞벌이 등 신혼부부들에게 필요한 주택은 교통이 편리한 서울과 수도권이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높은 부모에 의존하지 않는 한 5년 내 필요한 주택을 구입하긴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복지차원에서 소득 수준이 낮은 신혼부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선 다양한 형태의 역세권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일대 이재국 교수는 “보다 많은 신혼부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선 공급 규모를 전용 40㎡ 안팎의 원룸이나 초소형 주택으로 조정하고, 장기 모기지 대출을 활성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 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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