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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사업도 공사중단·연기 속출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17 22:34

수정 2009.03.17 22:34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 건설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사회간접자본(SOC)시설 건설 현장도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한 도로공사나 장기계속비로 추진되는 다른 공공공사의 경우 예산 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중단되고 공기가 연장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17일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SOC예산을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24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SOC공사 예산을 늘려 경기를 회복시키고 돈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전체 공공 SOC건설현장 10곳 중 절반 가까이가 차질을 빚었으나 연초 예산 배정이 늘어나면서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장기계속공사나 지자체가 발주한 지방국도공사는 여전히 예산 부족에 시달리며 현장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지방의 도로공사는 구간을 몇개씩 쪼개서 시공하는데 지자체 자체가 예산이 부족해 3년 만에 마칠 공사를 7∼8년씩 하는 게 다반사”라며 “회사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현장에 필수인력만 남기고 철수했다가 예산이 배정되면 공사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업체인 Y사 관계자는 “정부가 편성하는 SOC사업비는 대부분 대형 국책사업에 편중돼 지방의 도로사업 등에는 예산이 없어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산의 효율적 배분을 촉구했다. 그는 “이 때문에 외상공사(건설업체 비용으로 공사를 한 뒤 나중에 발주처로부터 정산을 받는 것)도 많고 요즘 같은 때는 건설업체 자체도 어려워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업비가 1400억원이 넘는 A도로 현장은 지난 2004년 발주돼 당초 지난해 말 완공예정이었으나 올해 예산배정이 239억원에 불과해 현재 공정률이 2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239억원 중 134억원은 지난해 외상공사 대금이며 실질적인 예산은 106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장 관계자는 “공기지연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100억원 정도의 사업비 증가 요인이 발생했고 현장관리비도 10억원이 넘지만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2012년 완공도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2000년 12월에 착공된 170억원 규모의 D건설현장도 당초 공사기간이 39개월이었지만 ‘찔끔 예산’ 등으로 공기가 지연돼 아직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변동으로 공사비가 300억원으로 늘어났고 공사가 장기화되면서 시설물 품질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SOC예산을 지난해보다 8조원 늘려 23조원을 편성했지만 장기계속공사나 지자체 추진 공사에는 제대로 지원이 안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공기연장→국민편익 감소→공사비 상승→품질저하 등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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