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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안팔려 멀쩡한 업체도 중단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17 22:34

수정 2009.03.17 22:34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아파트건설 현장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건설사들의 ‘유동성 부족’ 때문이다. 자재를 살 돈이 부족해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도 건설사가 늘어나면 당연히 공사 중단 사업장도 늘어난다. 분양 보증을 선 대한주택보증이 사업장별로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 전까지 공사는 중단된다.

GS건설 경제연구소 지규현 책임연구원은 “미분양이 늘어나면 공사현장은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면서 “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면서 결국 부도위기로 이어지는 건설사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건설사의 일부 사업장도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채권은행들이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공사 현장에 유동성 공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도 사업장이나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의 사업장이 아닌 정상적인 건설사의 공사현장도 중단되는 곳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제대로 팔리지 않아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A건설 관계자는 “연 매출 1조원 정도의 주택 건설업체라면 한달에 800억∼1000억원 수준의 건설비용이 필요하다”면서 “초기 계약률이 20∼30%에 불과하고 미분양이 계속 팔리지 않으면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 진행할 건설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설사 일부 물량에 계약이 됐어도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 건설사들은 최근 미분양 판매 등을 위해 계약금은 5% 수준만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 중도금 대출이 있지만 이 역시 40% 수준을 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정부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 규제완화를 통해 분양가의 60%까지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했지만 은행들은 자체 기준으로 이에 따르지 않고 있다. 결국 대부분 건설사들은 분양을 한 이후 준공 때까지 팔린 아파트조차도 전체 판매가격의 45%만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조차도 금액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상환자금으로 우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 공사 현장으로 투입되는 금액은 더욱 줄어든다.

정상적인 공사 진행을 위해 건설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회사채는 물론 어음 발행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은행은 신규 대출을 꺼리고 있어서다.

은행 신용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한 중견건설사 개발사업부장은 “B등급을 받아도 회사채 발행이 제한을 받고 있고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해 자금줄이 막혀 있다”면서 “우린 그나마 토목 등 다른 부문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급한 사업장으로 돌리고 있지만 분양사업 비중이 큰 회사라면 돈을 굴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자재 가격 변화, 최저가낙찰제 확대 등 변화하는 사업 환경도 건설사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중견 C건설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급등했다가 올 들어 다시 안정세를 찾고 있는 철근, 시멘트 등 자제 값의 급등락도 건설사들이 공사 진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자재 값이 너무 뛰면 일부 공사현장은 두세 달 멈추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지방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건설 중인 D건설 관계자는 “최근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낙찰률이 70% 전후로 급락했다”면서 “무리하게 낮은 가격을 써내 낙찰을 받긴 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현재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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