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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돈가뭄’에 아파트는 ‘입주대란’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8 22:27

수정 2009.04.28 22:27



미분양 증가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축소되면서 입주가 지연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공사비 부족으로 제때 아파트를 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확산되고 있어 전국에서 때아닌 입주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입주 지연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아파트 입주가 지연될 경우 시공사는 입주예정자에게 지체보상금(지연손해금)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체보상금을 둘러싼 갈등도 커져 사회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대구 신서동의 A아파트는 당초 지난해 7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공사대금 부족으로 공정이 지연됐다.
시공사측은 일부 입주민들에게는 이미 지체보상금을 지급했고 최근 임시사용 승인을 받아 일부 가구를 입주시켰다.

이 같은 입주 지연 사례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 수원시 정자동 B아파트 지난 3월 입주가 예정돼 있었지만 준공이 2개월가량 지연되면서 다음달께나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아파트 입주를 준비하던 한기명씨(36)는 “지난달 입주에 맞춰 전세계약이 만료됐는데 입주가 지연돼 본의아니게 처가살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남부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는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이지만 공정률이 20% 가까이 지연되면서 입주 시기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미분양으로 하도급업체에 대금 결제를 제때 하지 못해 공사 진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공사대금이 부족하다 보니 부도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률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입주자들의 불만도 높지만 당장 현금이 돌지 않으니 손을 쓸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대형 건설사 C사가 경기 용인에서 분양한 타운하우스도 이달로 입주가 예정돼 있었지만 정식 입주 시기는 오는 6∼9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입주자 모집공고 당시 제시한 입주시기가 이달이었지만 입주 예정자들과 협의해 입주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까지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면서 입주가 지연되는 단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공정률이 20∼25% 이상 지연된 ‘관리 사업장’은 지난해 1·4분기 20여 곳에서 지난 1·4분기 40∼50여 곳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공정률을 속이는 경우가 많아 실제 더 많은 사업장에서 공정률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정률 지연 소식이 알려지면 미분양 소진이 힘들고 하도급업체와 계약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대부분 10∼15%가량 속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딱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토로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자금 동원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미분양에 따른 공사 대금을 확보하기 어려워 이 같은 입주 지연단지가 늘어날 우려가 크다”면서 “특히 입주 시점과 전세 만기 시점이 비슷한 경우 입주지연으로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요자들은 건설사측에 입주 시기를 주기적으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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