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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수요 빨아들인 ‘블랙홀 청라’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06 22:41

수정 2009.05.06 22:41



인천 청라지구에 대한 청약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주변의 신규 분양 및 기존 아파트 시장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라지구 분양에 대거 인파가 몰리면서 낙첨자들의 관심이 인접한 주변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주변지역 아파트는 ‘블랙홀’ 현상으로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6일 인천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청라지구 주변인 서구 가정동과 연희동 등에서는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한정된 이 지역 주택 수요를 청라지구에서 모두 흡수하면서 빌라 등 일부 집값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로 개발되는 유망 택지개발 지구주변의 주택 밀집지역은 택지개발 지구가 개발되면서 조성되는 기반시설을 공유할 수 있고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와 시세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집값도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인천 청라지구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인천 서구 기존 주택시장 급속 냉각

청라지구와 인접해 수혜지역으로 꼽혀 온 서구 연희동과 가정동, 석남동, 검암동 등은 최근 청라지구에서 신규 분양이 본격화되면서 주택 거래가 줄고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청라지구와 바로 붙어 있는 연희동에서는 최근 들어 급매물을 찾는 매수자들만 조금 움직일 뿐 거래는 거의 성사되지 않고 있다.


연희동 우대공인 관계자는 “청라지구의 분양이 시작된 후 기존 아파트 매매는 더 잘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지난달 초 급매물이 일부 팔린 후 아파트 시세는 변동 없고 빌라는 호가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정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918가구로 구성된 한신빌리지는 최근 6개월 새 전체적으로 10∼15% 정도 빠졌다. 86㎡의 경우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2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2억5000만원이고 99㎡는 지난해 3억3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내려앉았다.

가정동 한신공인 관계자는 “99㎡의 경우 2억9000만원짜리 급매물도 있다”면서 “청라지구 후광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라지구는 주변 지역의 주택 수요를 흡수하면서 ‘블랙홀’이 되고 있다. 특히 석남동 경남아너스빌, 월드메르디앙 등 올해로 입주 3년차가 되는 아파트 거주자들 가운데는 양도세 면제나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를 팔고 청라지구에 입성하려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석남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의 새 아파트 수요자들은 투자목적으로 매수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경남아너스빌, 우림필유, 월드메르디앙, 금호어울림 등 기존 주택을 매도하고 청라지구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상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청라 주변 지역 당장 수혜 기대 어려워

전문가들은 최근 청라지구에 집중되는 청약 열기가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 입성을 노리는 사람들에겐 아직 청라지역 분양물량이 많이 남아 있고 입성에 실패하더라도 송도국제도시 등을 먼저 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상무는 “청라지구에서 분양을 못 받는다고 바로 주변지역으로 눈을 돌릴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주변 수요를 청라지구나 송도신도시에서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청라지구 주변 지역은 향후 청라지구 개발 진행 결과 등에 따른 기반시설 조성 상황 등에 따라 다시 부각될 것”이라면서 “당장은 큰 투자 메리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청라지구 분양 아파트는 1년 후 전매가 가능해지고 2∼3년 후 입주를 시작하면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 지역 아파트 매물이 증가하면 주변 집값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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