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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집값 바닥” 전문가 “반짝 상승”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3 22:03

수정 2009.05.13 22:03



“집값이 빨라도 내년 초까지는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요즘 시장을 보면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경기 부천 거주 30대 주부)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버블세븐’ 등 집값이 많이 떨어진 곳은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봐야죠. 과거처럼 급등하기는 힘들지만 더 빠질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중견건설사 주택영업 담당 임원)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일부지역의 집값 급등은 거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더구나 기업 구조조정이 이제부터 시작이어서 하락할 가능성도 높습니다.”(한 부동산 전문가)

최근들어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의 기존 아파트와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놓고 수요자와 공급자, 전문가 등 시장 참여자들간에 극명한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소비자들은 집값이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있는 데 비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이 일시적인 과열 상태로 또 다른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급자인 건설사들은 버블세븐 등 일부 지역은 이미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향후 주택시장이 급격한 상승세를 타긴 어렵다며 비교적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수요자 70% “주택시장 바닥쳤다”

파이낸셜뉴스가 부동산114와 공동으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수요자(네티즌)를 대상으로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과 향후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487명 중 340명(69.82%)이 “집값이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답했다. “최근 집값 상승은 일시적이며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147명(30.18%)에 불과했다.

공급자인 건설사들도 집값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영업담당 임원은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들이 높은 경쟁률 속에 1순위에서 마감되는 것을 보면 일부 지역 주택시장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여진다”며 “하지만 아직 기존 주택시장이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고 있어 판단하기에 다소 이른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상승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히려 향후 추가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전문가는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수요가 위축돼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수요자 절반이 “3개월내 구입 나설 것”

하지만 네티즌 상당수는 최근의 강남권 재건축값 급등세와 서울, 인천 등 신규 분양시장 회복세에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곧 주택구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487명 중 절반이 넘는 275명(56.47%)이 ‘향후 3개월 이내에 신규아파트 청약이나 기존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60.57%인 295명은 ‘친척이나 주변 사람들도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이른 시일내 집을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답했다.

일선에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업자도 올해들어 매수세가 활발히 유입되고 있으며 집값은 이미 바닥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L공인 관계자는 “문의전화나 방문객을 봐도 지난해 말에 비해 시장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가격만 물어보고 전화를 끊고는 했는데 최근에는 매도호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가격을 조금 더 높이더라도 매수를 하겠다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완화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상황에서 실물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요가 위축돼 시장이 다시 가라 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집값이 오르더라도 ‘L’자형이나 아주 완만한 ‘U’자형을 그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택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수요자 설문조사에서 향후 3개월 이내에 주택구입 의사가 있다면 어떤 상품을 구입하겠는가라는 물음에 주택구입 의사를 밝힌 275명 중 절반가량인 141명(51.27%)이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역의 기존아파트’라고 답했으며 ‘신규 아파트에 청약하겠다’는 사람도 105명으로 38.18%를 차지했다.
‘미분양을 매입하겠다’는 응답자도 29명으로 10.55%에 달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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