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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창모 교수 “서울 공간구조 개편해야”

이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31 22:09

수정 2009.05.31 22:09



서울이 우리나라 수도의 위상을 갖게 된 지 600년을 훌쩍 넘어섰다. 정도 600년을 기해 우리는 서울이 단순한 성곽도시가 아니라 새롭게 출범한 조선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담은 빼어난 계획도시임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를 가진 바 있다. 도성과 성저십리(城底十里)로 구성된 서울에서 도성은 청계천을 품에 안고 북악산과 낙산 그리고 인왕산과 남산의 능선을 따라 설치된 성곽으로 경계지어졌다.

도성 안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대궐 앞에 육조 관아를 설치하고 동쪽에는 종묘, 서쪽에는 사직단을 두는 전조후시(前朝後市) 좌묘우사(左廟右社)의 공간계획에 기초하여 인구 10만명의 도시로 계획됐다. 동쪽으로 중랑천, 서쪽으로 홍제천, 남쪽으로 한강에 이르는 성저십리 지역에서는 매장을 금하고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함으로써 무분별한 도시 확장이 가져올 폐해를 예견하고 이를 막기 위한 그린벨트의 역할을 부여하는 선견지명을 가진 계획 도시다. 이 정도의 사실만으로도 서울은 세계 도시사에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빼어난 역사 도시임에 틀림없다.


이런 도시가 지난 100여년 동안 인구와 면적이 수십 배 증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하였다. 거대 도시 서울은 국난과 궁핍을 극복하고 이룩한 성과에 대한 자긍심은 넘치는 도시지만 앞으로의 모습은 선뜻 그려지지 않는다.

도성을 통해 조선이 지향했던 가치를 명료하게 보여주었던 오늘의 서울 모습은 오히려 한강을 경계로 해 강남과 강북의 이분법적 공간구조로 이뤄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내사산과 함께 당당했던 역사도시 서울은 난립하는 고층건물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시대 내내 내륙 수운의 중심이자 삼남의 물류를 책임졌던 한강의 모습도 냉전체제와 함께 간 곳이 없다.

이제 한강을 품에 안고 외사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1000만명의 도시, 서울의 전체 틀을 다 잡아야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만들어가야 할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

사대문의 틀에 갇혀 세종로에 국한됐던 국가중심가로를 도성 밖으로 확대해 모두가 공유할 가치를 담을 새로운 중심을 만들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의 중심이 광화문과 육조거리였고 근대 한국의 중심이 덕수궁의 대한문과 서울시청 앞 광장이었다면 이제 서울의 중심은 남대문을 지나 경제개발과 근대화의 거점이던 서울역을 너머 ‘한강의 기적’의 현장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
나아가 통일시대에 대비해 한반도의 중심으로 새롭게 자리 매김할 서울을 생각한다면 한강은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통합하는 중심이자 통일시대의 수운과 동북아 물류의 중심으로 새롭게 자리 매김돼야 한다.

600년의 수도 서울에 대한 자긍심을 너머 새로운 육백년 아니 천년을 그리는 첫 걸음을 내디딜 때다.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떠해야할 지에 대해서는 모두의 참여와 지혜가 필요하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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