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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되찾은 중대형 아파트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15 22:27

수정 2009.06.15 22:27



올해 들어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및 재건축 규제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와 뉴타운 개발 활성화 등에 힘입어 신규 분양시장에서 그동안 외면받던 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집값 하락을 주도해 온 대형 아파트 값이 다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중소형 아파트와 가격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는 정부가 분양권 전매규제를 대거 완화하면서 신규 분양시장에서 대형 아파트의 분양권 투자가 가능해진 데다 건설사들이 대형 아파트의 단위면적당 분양가를 중소형 아파트보다 낮게 책정하면서 투자 메리트가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시장에서 대형 아파트도 지난 2년간 참여정부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격이 중소형보다 많이 하락한 데다 최근에는 투기지역 해제 등으로 투자성이 부각되면서 가격이 많이 내린 단지 위주로 저가매수세가 유입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

■중대형 아파트 분양권 ‘투자처’ 재부상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신규 분양시장에서 대형 아파트들이 정부의 규제완화에 따른 분양권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청약경쟁률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는 최근 청약열풍을 몰고 왔던 인천 청라지구의 청약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청라지구 A38블록에서 한양이 이달 초 분양했던 ‘청라수자인’은 중형보다 오히려 아파트 면적이 클수록 청약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전용면적 102㎡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8대 1이었지만 121㎡ 이상은 29대 1을 기록하는 등 대형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20대 1을 훌쩍 넘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또 대형 아파트로만 구성된 ‘청라한화꿈에그린’과 ‘청라롯데캐슬’ ‘청라SK뷰’ 등도 중소형으로만 구성된 여타 단지에 비해 청약경쟁률이 월등히 높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5월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서 분양한 ‘래미안에버하임’은 79㎡의 청약경쟁률이 1.2대 1에 머문 데 비해 대형인 140㎡는 1.3대 1로 더 높았다.

■중소형보다 중대형이 분양가 저렴

이처럼 대형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중소형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은 대형의 경우 공공택지라도 강남3구를 제외하고는 계약 후 1년만 지나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위면적당 분양가도 대형 아파트가 오히려 중소형 아파트와 비슷하거나 더 싸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매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중구 신당5동에서 분양된 래미안신당2차 79㎡는 분양가가 3.3㎡당 1616만원이었지만 면적이 더 큰 149㎡는 1578만원으로 더 저렴했다. 지난 1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분양된 ‘푸르지오그랑블’도 121㎡는 3.3㎡당 분양가가 1633만원인 데 비해 대형인 145㎡는 1599만원으로 더 싸게 책정됐다.

인천 청라지구의 청라꿈에그린도 131㎡가 3.3㎡당 1096만원이었지만 148㎡는 1078만원이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는 것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완화된 데다 단위면적당 분양가도 중소형에 비해 낮게 책정돼 투자메리트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중소형-대형간 격차 커져

기존 아파트시장에서도 참여정부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격이 급락한 대형 아파트에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대형 아파트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강남3구를 제외한 곳은 투기지역까지 해제됨에 따라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수요자들도 속속 대형 아파트 매수에 가세하면서 중소형과 대형 간 가격격차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은 중소형인 109㎡와 대형인 142㎡ 간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09㎡(3.3㎡당 3458만원)와 142㎡(3.3㎡당 3834만원) 간 격차는 3.3㎡당 376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15일 현재 1170만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는 중형인 116㎡(3.3㎡당 3129만원)가 200㎡(3.3㎡당 3000만원)보다 오히려 비쌌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116㎡는 3413만원, 200㎡는 3960만원으로 역전됐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그동안 중대형 아파트는 대출규제가 심했던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인한 위험부담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피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조명받고 있다”며 “지난 2년간 공급물량도 적었기 때문에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 경우 대형 아파트시장에 다시 전성기가 찾아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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