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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시장,정부는 규제 풀고,서울시는 묶고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16 22:25

수정 2009.06.16 22:25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심의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사업기간을 3년에서 1년 6개월로 줄이겠다.”(국토해양부)

“앞으로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공공개입을 강화해 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직접 수립하고 정비업체 선정은 물론 조합 및 시공사 관리까지 맡겠다.(서울시)

정부가 도심의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줄줄이 풀고 있지만 정작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안별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혼선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 개선 효과에 대해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절차가 간소화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하는 새로운 절차가 만들어지고 있고 용적률을 높여준다고 했지만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져 사실상 사업성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내 재건축 조합의 한 관계자는 “한 쪽에서는 규제를 풀고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선 발목을 잡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규제 풀렸지만 실효성 논란

16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전반적으로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는 완화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위양도가 허용돼 오는 8월 7일부터 시행된다. 재개발·재건축 절차가 간소화돼 사업기간이 기존 3년에서 1년 6개월로 줄었고 시공사 선정 시기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져 시공사를 빨리 선정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 기준인 ‘60㎡ 이하 20% 이상’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면 용적률을 더 줘 사업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서울시 등 지자체의 정책과 혼선을 빚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소형 주택건립 의무비율(60㎡ 이하 20%)을 유지하기로 했다. 재건축단지 용적률을 높여준다고 해도 완화되는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을 짓도록 했다.

개별 단지별로 우수 디자인, 친환경 설계 등을 감안해 용적률을 선별적으로 완화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일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장이 용적률이 높아지고 사업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중에 시프트나 토지 등을 기부채납하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는 사업장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위(자문위)가 발표한 ‘공공개입 강화’ 방안도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와 상충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때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 구청장이나 SH공사 등이 정비구역 지정부터 사업 완료까지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규제강화 대책이라고 해석될 수 있어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시 자문위 계획대로 정책이 추진된다면 건설사로서는 SH공사 등 공기업과 불리한 경쟁을 해야 하는 등 사업 환경이 더욱 나빠져 재개발·재건축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 따라 규제 해석 달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하지만 정부의 규제 개선 움직임이 사업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몇 몇 재건축 사업장에 대해 규제완화 전과 후를 비교해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해 보면 기부채납이 늘어나도 모두 사업성이 대체로 있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용적률, 높이 완화 등의 혜택이 기부채납을 늘리는 등의 조건으로 주어지지만 사업성 개선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문위의 공공개입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규제 강화’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공사나 정비업체 등에는 자격 기준이 까다로워져 규제강화로 비춰질 수 있지만 각종 비리와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합리적으로 개선되는 측면이 크다는 시각 때문이다.

J&K투자연구소 권순형 대표는 “재개발 사업 전반에 걸쳐 공공이 개입하면 많은 부분에서 비리가 사라지고 사업비 추산액 및 분담금을 사전에 표준화해 공개하면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다만 구청이 초기 사업비를 대는 데 대한 예산확보 문제, 합리적 사업비 추산 방식을 만드는 것 등이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예스하우스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추진해 온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는 전반적으로 절차, 지정 요건, 사업성 등에서 완화된 측면이 크다”면서 “다만 비리 근절, 세입자 대책, 인센티브 요건 강화 등 규제가 강화된 측면도 있어 사업장별로 일부에선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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