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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선진화’ 일보 후퇴?

이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22 22:37

수정 2009.06.22 22:37



종합건설회사와 전문건설회사가 참여할 수 있는 공사의 진입 장벽을 철폐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

종합건설사는 공사를 따낸 뒤 다른 건설사에 공사를 맡길 수 있도록 하도급이 허용되는 반면 전문건설사는 하도급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 전문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과 자금력이 뛰어난 종합건설사가 공사를 독식해 기술력이 탄탄한 전문건설사마저 종합건설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건설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 마련한 건산법 개정안에 대해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공사의 업역구분은 철폐해 경쟁력을 높이되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2일 국토해양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건설산업선진화 방안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중 전문건설사가 제기하고 있는 형평성 논란의 진실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이처럼 국토부가 이미 입법예고가 끝난 법 개정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전문건설사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전문건설업계는 종합·전문 건설사 간 업역을 철폐하면 영업·자금력 등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종합건설사는 전문공사에 쉽게 참여할 수 있으나 공사실적이 전무한 전문건설사는 종합건설공사에 참여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종합건설사는 공사를 수주한 뒤 다른 건설사(종합·전문)에 맡기는 하도급을 허용하는 반면 전문건설사는 하도급이 제한돼 전문공사마저 종합건설사가 독실할 것으로 전문건설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박덕흠 회장은 “현재 전문건설사만 수행할 수 있는 단일 공종의 전문공사마저 종합건설사에 허용하고 여기에다 종합건설사만 하도급을 풀어주면 상대적으로 사정이 열악한 전문건설사는 종합건설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건설사가 전문공사에 참여하면 발주자-전문건설사로 두 단계를 거쳤던 공사이행 단계가 발주자-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의 세 단계로 늘어나 오히려 공사비용만 늘어나는 고비용 구조로 바뀐다”고 지적했다.

종합건설업계도 전문건설사가 종합공사에 참여하면 경쟁이 치열해져 발주자와 업체 간 부조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국토부는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공사의 생산단계를 축소하기 위해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전문업체는 하도급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일 뿐”이라며 “문제가 제기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 건설사 간 업역을 제한했으나 오히려 법이 업역을 보호하고 부실을 양산하게 됐다”며 “업역 간 장벽을 없애고 경쟁을 통해 건설업이 선진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는 이에 앞서 건설공사의 생산단계를 현행 3단계(발주자-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에서 2단계(발주자-전문건설사)로 줄이는 내용의 직할시공제를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국회는 종합건설사의 반대입장을 수용해 3년간 한시적으로 해당 연도 건설물량의 5% 범위 안에서 보금자리주택에 직할시공제를 시범 적용하는 것으로 축소했다.

/victoria@fnnews.com 이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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