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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10년전과 ‘매우 흡사’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23 22:30

수정 2009.06.23 22:30

최근 주택시장 여건이 약 10년 전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상황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 나타나 2001년 하반기 이후처럼 향후 주택시장이 폭등장세로 이어질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각종 부동산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정책금리도 낮추면서 최근 서울·수도권의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부동산 정책이 10년 전 김대중(DJ) 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던 양도세 한시감면, 분양가 관련 규제 완화, 정책금리 인하 등 정책기조는 물론 내용면에서도 판박이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이같은 부동산 정책에 힘입어 집값은 2001년부터 2002년 사이 폭등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약 10년 전에 비해 정책기조와 금리상황 등은 흡사하지만 지금은 주택보급률이 평균 100%를 넘어 공급부족난이 상당부분 해소됨에 따라 향후 회복기의 집값은 서울 강남권→강북→수도권→지방으로 확산되는 ‘추세적 상승’ 보다는 ‘국지적 상승’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금리에 규제완화까지 10년 전과 판박이

23일 국토해양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신규 주택을 취득할 경우 향후 1년여 동안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른 취득세와 등록세도 최대 75%까지 감면했다. 또 분양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양권거래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아파트 재당첨금지 조항 적용도 한시적으로 2년간 폐지했다. 아울러 민간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했던 분양가상한제도 폐지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동산 활성화 정책은 DJ정부시절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펼쳤던 정책과 똑같다. DJ정부는 1998년 신규주택 취득시 양도세를 5년간 한시 감면해주고 취득세와 등록세도 25% 깎아줬다. 그동안 금지됐던 분양권 거래를 다시 허용하고 원가연동제를 폐지, 분양가를 완전 자율화 했다.

저금리를 통한 부양 정책도 똑같다. 현재 주택대출금리의 기본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정부의 콜금리 인하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말 5.4%에서 6월 현재 2.4%까지 떨어진 상태다. 과거 DJ정부 때도 1998년 18%대까지 치솟았던 CD금리가 정부의 콜금리 인하로 2년여 동안 5%대까지 하락했었다.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후 집값 폭등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현재와 같이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와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로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10년 전인 1999년 서울 집값 상승률은 11.9%에서 2001년 19.9%, 2002년 31.6% 등으로 엄청난 폭등세를 연출했다. 특히 강남3구는 1999년 17.8%, 2001년 32.8%, 2002년 41.6%의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서초구 잠원동 한양 52㎡는 1997년 초 5억원에서 외환위기로 1998년 7월 4억1500만원까지 하락한 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2002년 말에는 무려 8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며 7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또 강남구 역삼동 진달래3차 41㎡도 1998년 7월 2억90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2002년 8월 두배가 넘는 6억8000만원까지 폭등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집값이 급등하기 6개월 전에는 항상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이 상승했다”며 “최근 낙찰가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을 비춰볼 때 집값 급등세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10월 70.3%로 바닥을 찍은 뒤 상승세를 기록해 지난 4월 82.3%까지 올랐다.

■폭등세는 없을 것…오를 곳만 올라

하지만 정책과 유동성장세 등 과거 10년전과 거의 똑같아 향후 집값 급등세는 피할 수 없지만 예전처럼 서울 강남에서 시작해 서울 강북, 수도권, 지방으로 확산되는 추세상승세보다는 극단적으로 국지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집값이 많이 떨어진 버블세븐 지역이나 호재가 집중된 곳 위주로 오를 곳만 오른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현재 주택보급률이 과거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져 과거처럼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과 서울 강남과 버블세븐 등은 집값이 30∼40% 이상 하락했지만 나머지 지역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아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꼽았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상무는 “서울을 제외한 지방은 주택보급률이 이미 110%를 넘어섰기 때문에 이미 과잉공급 상태”라며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그동안 집값이 많이 하락한 지역 위주로 유동자금이 몰리면서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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