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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 과열..주택담보대출 규제 풍선효과?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2 21:48

수정 2009.07.12 21:48



일부 은행들이 역마진까지 감수하면서 아파트 입주자금, 중도금, 이주비 대출 등 집단대출을 늘려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이 지나친 주택담보대출 경쟁에 대한 규제에 들어간데 따른 풍선효과가 집단대출로 나타난 것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일부 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계좌수가 6월 한달만에 60% 이상 급증하고 가입 잔액이 2배 이상 불어나는 등 쏠림현상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과도하게 풀린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해 버블 붕괴와 함께 장기 침체를 가져왔던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위해서는 은행권 과당 경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보다 금리 더 싸게 줍니다.”

12일 본지가 농협 등 대표적인 국내 은행의 집단대출 실적을 집계해 분석한 결과 국민, 우리은행을 제외한 농협, 신한, 하나은행의 집단대출이 한달여 만에 40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경우 8일 현재 집단대출 잔액이 6조 8000억원을 기록해 한달여 만에 2000억원이 늘어 시중은행 중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타 은행들이 공격적인 집단대출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경쟁과 마찬가지로 ‘장사를 안하는 은행만 손해’라는 시각이 퍼지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영업 경쟁에 가담하는 은행이 늘었다. 실제 지난 6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형태 서베이’에 따르면 올 3·4분기 가계주택자금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3으로 2·4분기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2년 1·4분기(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집단대출 수요는 당장 부동산 투기와 관련이 없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마당에 은행들이 집단대출을 통한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이 문제다.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현재 삼성 등 초우량 대기업에 대한 대출 조건이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3.5% 수준인데도 일부 은행들은 500세대, 1000세대에 대한 집단대출 금리를 이보다 낮은 CD금리+2.3% 정도로 받고 경쟁하고 있어 출혈경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은행의 이러한 영업들이 결국 전 은행권의 금리체계를 흔들며 쏠림으로 번질 수 있어 은행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규모의 경쟁에서 밀리는 일부 외국계 은행들은 최근 향후 금융권 재편시 주도권을 잡기위한 자산성장차원에서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도 “현재 청라, 광교, 인천 중심으로 과도한 저금리 경쟁을 하는 은행이 생겨 주택담보대출 경쟁으로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김영대 은행서비스총괄국장도 “파격적인 금리조건을 앞세워 출혈경쟁을 하다보면 은행 건전성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금융회사 리스크관리 강화차원에서 집단대출 과열에 대해 주의를 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청약저축 한달새 60% 증가

국내 은행들의 주택청약종합저축 판매 실적은 지난 8일 현재 우리은행이 180만좌로 1위를 가까스로 유지하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178만좌를 기록했다.

이는 3위에서 1위인 우리은행의 턱밑까지 쫓아 온 것. 신한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상품 판매실적은 한달새 61%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는 타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직원들의 경영성과평가(KPI)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 부분 배점을 줄이면서 영업에 소극적이었지만 신한은행은 6월 KPI 수정없이 주택담보대출, 적립식상품과 함께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 상품을 주요한 전략상품으로 지정해 지점별로 달성률을 체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8일 현재 165만좌를 나타낸 농협은 지난 5월말 대비 21%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159만좌에서 180만좌로 13% 증가했다.

좌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주택청약종합저축 잔액 역시 크게 늘었다. 농협은 지난 8일 현재 3800억원으로 지난 5월말 대비 91% 늘었다.
특히 신한은행은 잔액 기준으로 60% 이상 늘어난 36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김종창 금감원장은 지난 5월말 금감원 간부회의에서 “최근 주택청약종합저축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쏠림현상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종합검사에 나선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최근 검사 과정서 기존 은행이 주던 청약상품 관련 경품도 없애게 했다”며 “관련 캠페인도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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