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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골’ 깊은 서울 재개발 사업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4 22:10

수정 2009.07.14 22:10



서울지역의 아파트 재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지분 가격이 떨어져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조합과 조합원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갈등양상은 조합운영의 투명성 의혹 등과 연계해 조합설립 무효소송 등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해당 단지의 재개발 사업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가 최근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에 대해 공공개입 방안을 발표한 뒤 투명한 사업 진행을 원하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조합설립 자체를 무효화하려는 움직임마저 확산되고 있어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송사 대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재개발단지 조합설립 무효소송 줄이어

14일 재개발조합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역에서 조합과 조합원간 갈등 등으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거나 소송을 추진 중인 재개발 구역은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 3구역 △성북구 장위동 장위 7구역 △은평구 갈현동 갈현 제1구역 △은평구 불광동 불광 7구역 등이다.

이 가운데 휘경 3구역은 추가분담금 문제로 비상대책위원회측이 기존 조합을 상대로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비대위측은 조합이 조합원들에 대한 주택형 배정문제와 추가분담금 규모 등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받아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재개발구역의 조합설립 무효화 여부는 이달말께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판가름날 예정이다.

휘경 3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원이 재개발 후 어떤 주택형을 배정받을 수 있는지, 추가분담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 정확히 공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측이 주민동의서를 받았다”면서 “이를 근거로 조합원들에게 동의서를 받아 법원에 조합설립 무효 증빙자료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휘경 3구역 조합측은 “감정평가를 받기도 전에 추가분담금 예상액을 제시한 뒤 청산과정에서 당초 제시한 분담금 수준과 차이가 크게 날 경우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면서 “이같은 당위성을 법원측에 적극 개진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성북구청에 따르면 현재 장위뉴타운내 재개발 구역의 경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조합과 조합원 갈등 등으로 민사 또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장위 7구역도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측의 추가분담금 등에 대해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추진 중이다. 장위 7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측이 현재 자산에 대해 향후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금액이 거론될 때까지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측은 “현재까지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들어온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추가분담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추가분담금 산정방식과 기준 등에 대한 내용을 보완해 동의서를 다시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광 7구역은 이미 일반분양이 75% 이뤄진 상황에서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 업무정지 가처분소송과 시공사 선정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불광 7구역 조합 관계자는 “불광 7구역은 다른 재개발구역보다 권리가액을 높게 평가받아 추가분담금이 가장 적은 곳 중 하나”라며 “이미 일반분양이 마무리돼가는 시점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법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개입안 가시화하면 지연 사업지 늘어날 듯

최근 재개발구역에서 빚어지고 있는 조합과 조합원간 갈등의 근본원인이 ‘투명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투명성 확보차원에서 진행 중인 ‘공공관리자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기존 재개발단지를 중심으로 조합 설립 무효소송이 급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공관리자제도는 사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주민동의서 징구에서부터 사업인가 때까지 관할 구청장의 주도 아래 공공관리자를 통해 사업을 직접 관리토록 함으로써 조합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적용할 경우 가구당 평균 1억원 정도의 추가분담금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재개발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사업추진단계에서 추가분담금 관련 내용을 조합원에게 알려주도록 돼 있는데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예상 총 금액을 밝힐 수도 있고 산정방식만을 밝힐 수도 있는 게 문제”라며 “이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는 등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 비대위측은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입되면 주민동의서 징구 이전에 추가분담금 내역이 제시되고 조합투명성도 확보되는 만큼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조합설립 인가 이전 단지는 물론 인가 이후 단지도 조합원들의 동의를 거쳐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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