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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사,CP만기 대란 오나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21 22:22

수정 2009.07.21 22:22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로 건설사들의 기업어음(CP)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3·4분기 중 만기도래 CP 총액이 100대 건설사 기준 1조원을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 만기도래하는 CP의 경우 대부분 주택건설을 전문으로하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 발행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들 중견·중소건설사들의 경우 대부분 미분양 적체 등으로 경영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CP 상환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칫 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설사 3·4분기 CP 9647억원 만기도래

21일 건설업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시공능력 상위 100위권 건설사들의 올해 3·4분기 중 만기도래 CP 총액은 9637억40만226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D사와 J사, H사, K사 등 시공능력 30위권 밖의 중견건설사에 3·4분기 중 만기도래하는 CP 총액이 5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사의 만기도래 CP 상환액은 1063억원에 이르고 D사와 J사도 CP 발행액이 각각 521억3000만원, 698억원 등에 이른다.

여기에 대형 건설사인 K사와 L사 등도 단기상환 조건으로 CP를 대거 발행해 3·4분기 중 만기 상환이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올해 상반기 중견건설사들의 단기상환 CP 발행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주택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미분양이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소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신규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시 우량 대형사가 아니면 일으키기 어렵게 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단기CP 발행으로 몰린 것이다.

더욱이 올해 정부가 공공공사 조기 발주를 결정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자금사정이 개선됐지만 중견업체들은 대형사들에 밀려 공공공사 수주마저 제대로 하지 못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내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공공공사 수주금액은 총 10조165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64% 늘었다. 더구나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역시 중견업체들이 대형 건설사들을 제치고 수주를 따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형 건설사 컨소시엄에 참여하더라도 지분이 적어 경영여건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금확보 전략 이용사례도

중견·중소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단기 CP 발행이 늘어난 또 다른 이유는 올해 하반기 자산건전성 평가를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더욱이 예탁결제원에서 집계되는 기업어음은 공모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제 하도급 등 현장에서 다루는 건설사 어음 규모는 실제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채권팀의 한 관계자는 “분기별 건전성 평가를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이 급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기업어음을 대거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욱이 신용평가등급이 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의 경우 기준금리와 대출금리와의 차이(금리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좁혀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메리트가 사라졌다”면서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이를 노리고 고리(할인)의 기업어음을 개인투자자들에게 돌리는 수요가 있는 것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정부발주 공사가 집중돼 하반기에 공공공사물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올해 하반기 이후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어서 중견·중소건설사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견·중소건설사들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한 지방미분양 해소 추가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jkim@fnnews.com 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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