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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탈출..‘출구전략’ 뜨거운 논란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23 10:01

수정 2009.07.22 22:23

한국경제를 짓누르던 금융위기가 사실상 끝나면서 물밑에서만 거론되던 ‘위기 이후’ 경제정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위기 이후’ 경제정책의 핵심은 금융시장 불안 해소와 경기 급락 방어를 위해 취했던 비상조치들을 정상화시키는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지와 시기, 방법 등이다.

‘출구전략’에는 중소기업 등에 보증을 통해 푼 대출 회수,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2%) 인상, 풀린 유동성(자금) 흡수 등이 포함된다.

한은 관계자는 “출구전략은 지금까지의 정책을 전환해야 하는 지를 우선 판단하고 시행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가, 또 실물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지 않고 시행할 방안은 무엇인가 등을 고민해야 하는 ‘다차원 방정식’이어서 정말 풀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원(KDI)이 출구전략 마련 필요성을 제기해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시켰지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출구전략’ 논의가 올 4·4분기 경제주체들의 우려를 낳으면서 경기를 재하강시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 금융위기 사실상 끝났다

22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위기는 외환·금융·실물경제 위기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이중 외환위기는 사실상 마무리됐고 금융위기도 끝나가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물경제도 바닥을 다졌다는 게 중론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하긴 해도 정부의 경기 부양대책 등에 힘입어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 지표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공업생산(이하 5월 기준)은 전월대비 5개월째 늘고 있고 소비재판매는 전월대비 5.1%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대비 증가세다.

기업들도 금융환경이 안정적으로 바뀌면서 올 하반기부터 대대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투자는 전자, 자동차, 화학 등 실적 호조 업종이 주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올 한해 9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도 올 하반기부터 해양 플랜트 수주를 위해 투자에 나설 채비다.

올 상반기 최고의 실적을 올린 석유화학업종도 LG화학, 한화석유화학 등도 공격적인 투자로 방향을 선회했다.

금융안정과 실물경제 회복 등에 근거해 KDI는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 회수와 금리인상을 뜻하는 ‘출구전략’ 수립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섣부른 출구전략 우려 높다

정부 정책 전환에 대해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소 높다. 올 하반기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까지 가겠지만 자생적이고 완전한 경기회복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값 상승으로 경기회복론이 우세하지만 이는 일부에 국한된 것이며 아직도 횡보수준”이라며 “현 시점에서 기존 정책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밝혔다.


정명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되고 기업투자심리도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실제 기업들은 아직도 투자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섣불리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1990년대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로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정부 당국은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구두개입만 단행해야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는다”며 “다만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개입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단기외채가 많다”며 “글로벌 금융상황이 호전됐을 때 중장기차입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양형욱 한민정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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