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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1억 올라도 살집 없어요”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28 22:24

수정 2009.07.28 22:24



#1. 서울 금호동에 사는 정진술씨(40)는 초등학교 고학년인 자녀 교육을 위해 살던 집을 팔고 서초구 반포동 일대 전셋집을 구하려는 생각에 중개업소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반포래미안 86㎡의 경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전셋값이 3억2만원 정도였지만 한 달만에 1억원 가까이 올라 4억원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로 옆의 반포자이는 단지 내 84∼116㎡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는 상태여서 김씨는 차라리 살던 집을 매각해 전셋집을 얻으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그대로 눌러 살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2. 서울 신정동에 사는 김준기씨(43)는 지난주부터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닷새째 목동일대 중개업소를 이잡듯 뒤지고 다니고 있다. 김씨는 현재 1억5500만원에 살고 있는 신시가지 12단지 89㎡가 오는 8월 중순 전세 만기가 되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2500만원이나 올리는 통에 새로운 집을 찾기로 마음먹고 중개업소를 찾아나선 것. 하지만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없다며 연락처를 놓고 가라는 말만 되풀하고 있어 김씨는 애만 태우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해가 갈수록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서울지역 아파트 공급을 하지 않고 있어 전셋값 폭등 등의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가을 이사철과 방학 특수를 맞아 서울 강남 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특히 서울지역 신규 입주 물량이 해가 갈수록 줄어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어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내년부터 서울지역 입주물량 해마다 급감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신규 입주 아파트 수는 지난해 4만9896가구로 가장 많은 입주량을 기록한 후 내년부터는 신규 입주 아파트가 눈에 띄게 줄어 오는 2011년에는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신규 입주 가구수는 2007년 74개 단지 2만7307가구에서 2008년 81개 단지 4만9896가구로 급증한 이후 2009년부터 105개 단지 3만7519가구로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2010년에는 57개 단지 2만1322가구로 급감하는데 이어 2011년에는 23개 단지 1만1648가구로 크게 감소한다.

이 같은 공급 감소세는 향후 민간 주택공급 가구수를 예상할 수 있는 민간주택 분양보증 실적을 봐도 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서울에서 민간주택 분양보증 가구수는 지난 2007년 1만2163가구로 정점을 이룬 후 2008년 6921가구로 감소한데 이어 올해는 이달 현재 1841가구까지 뚝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분양보증 실적은 4000가구를 넘지 못할 전망이다.

이같이 신규 아파트가 내년부터 크게 감소하는데는 지난 2년간 주택시장 불황이 계속된 데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규제완화가 지연되면서 건설사들이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아파트 공급물량이 당초 계획물량의 30% 수준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주택협회 소속 79개 대형 건설업체는 올 상반기 예정됐던 분양물량 8만5859가구 중 단 27.5%인 2만3617가구 분양에 그쳤다. 더구나 10대 건설사들의 공급 실적은 상반기 계획물량(3만9844가구)의 26.2%로 극히 저조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풀어 공급 늘려야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서울지역에서 신규 공급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 재개발·재건축 외에는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서울에서는 신규 택지가 없기 때문에 용적률 규제 외에도 다른 규제를 더 풀어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소형의무비율 등 법령에서 정한 한도 내에서는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등 주택규제를 서둘러 풀어 수도권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 사장은 “서울 도심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다면 인접한 수도권 지역에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 등 공급을 막고 있는 규제를 서둘러 해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시프트와 도시형생활주택도 공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시프트의 경우 실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공급 물량이 아직까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시프트를 서울만 아니라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서도 공급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사진설명=서울지역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로 올 들어 강남권 일부 단지는 전셋값이 최고 30% 이상 올랐다.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는 불과 한달 새 전셋값이 1억원 안팎이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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