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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발목잡는 ‘사회 비용’ 줄이자] ④ 17조 아파트 공사,부담금 1조3천억

이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18 17:20

수정 2009.03.18 17:20



“도로, 공원, 상·하수도, 전기시설 비용도 모두 사업자가 내야 합니다. 개발계획이나 실시계획을 바꾸려면 변경할 때마다 기부채납이 늘어나 50억∼100억원씩 사업비가 추가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주택을 지을 때 부과되는 준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이 주택의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아파트를 건설할 때 사업자들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금액까지 각종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이는 곧 바로 주택의 분양가에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각종 부담금은 고분양가로 사회적 갈등을 낳고 사회적 비용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고분양가로 이어져 사회 문제로 비화한 각종 부담금은 조 단위에까지 이른다. 예컨대 인천송도의 한 아파트 사업지에서는 개발부담금 3273억원과 광역교통시설부담금 1284억원, 기반시설부담금 6845억원, 학교용지부담금 607억원, 지역난방부담금 606억원 등을 합해 모두 1조2938억원의 부담금이 부과됐다.
이는 전체 사업비(16조9587억원)의 약 7.6%에 이른다. 이 비용은 모두 분양가에 더해져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빠져 나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스, 전기, 상·하수도 해당 재화의 공급자가 내야할 돈을 대신 납부한 셈이다.

개발·기반시설·교통·과밀부담 등 각종 부담금은 서로 비슷해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각종 건설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납부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담금이 부과되고 있지만 중복·과도하게 부과돼 오히려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용지부담금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은 주택을 지을 때 부과하는 학교건설비용을 말한다. 정부는 당초 정부가 부담해야 할 학교설치비용을 사업자에게 부과했으나 위헌 판결을 받고 이를 주택분양 계약자에게 나눠 내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 건설을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교육세를 걷고 있지만 주택을 지을 때에도 세금을 중복해 걷고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국회는 지자체 및 교육청이 50% 이상 부담하던 학교건설비용을 전액 택지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하는 특례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주택 분양가는 많게는 수천만원가량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법을 한강김포신도시에 적용할 경우 22개 초·중·고등학교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학교 한 곳 당 약 250억원씩 모두 5000여억원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익시설이 아닌 공용시설을 정부 대신 소비자가 자비를 들여 설치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법정 부담금은 아니지만 비용 낭비를 초래하는 무형의 부담금도 적지 않다. 기부채납이 그것이다. 기부채납이란 사업자가 자비로 건설 또는 설치한 뒤 사업 인·허권자인 시 또는 군에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도로, 상·하수도, 공원, 전기시설은 물론 도서관, 노인회관 등 기부채납에는 한계가 없다. 한 대형 개발사업시행사 임원은 “사업 구역 안에 있는 대다수 시설이 기부채납 형태로 사업자가 건설해 시·군에 주는 것으로 보면 맞다”고 말했다.

사실 법 상 도시개발구역 안에 있는 도로, 상·하수도, 전기, 가스, 지역난방, 통신 등 각종 시설들은 공급자가 건설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주택사업을 제안하면 이들 시설의 설치는 내부분 사업시행자 몫으로 돌아온다. 행정관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들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더욱이 사업지 외곽에 있는 시설에 대해서도 기부채납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렇게 법 규정에도 없는 기부채납으로 인한 비용이 전체 사업비의 약 2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항변한다.
한 관계자는 “약 10%대의 부담금과 기부채납, 세금을 합하면 총 사업비에서 40∼50% 정도가 빠져 나간다”며 “사업자는 이익을 챙기기 마련이어서 이 비용은 모두 분양가에 더해져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victoria@fnnews.com 이경호기자

■특별취재팀=김홍재 팀장 이경호 차장 윤정남 박인옥 강두순 유현희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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