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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2) 허민 前네오플 대표 “인터넷계의 삼성 만들겠다”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03 17:35

수정 2014.11.06 22:53

"인터넷계의 삼성을 만들겠다."

돌아온 '청년 재벌' 허민 전 네오플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허 전 대표는 이르면 올해 안에 인생을 걸 만한 사업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밝혔다. 그의 '인생 1막'이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로 대변되는 게임 인생이었다면 그의 '인생 2막'의 핵심 키워드는 인터넷과 소셜이다.

서울 삼성역 인근 미래에셋타워 7층에 허 전 대표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벤처 투자자로 다시 돌아온 그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투자처가 바로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이크프라이스'다. 이 외에도 그는 지난해 모두 10곳을, 올해에도 10곳의 벤처에 투자키로 했다. 하지만 그의 직함은 여전히 '네오플 전 대표'다. 투자는 했지만 직접 경영을 맡거나 별도의 공식 직함은 없는 상태다.

그는 "인터넷계의 삼성을 만들고 싶다. 뭔가 좋은 것을 만들어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일 그런 일을 '인생 2막'에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사람'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인생을 대변하는 단어가 그의 얼굴에 겹쳤다. 바로 '사람'과 '열정'. 그가 유난히 각별함을 표한 사람은 바로 천양현 코코네 회장이다. NHN에서 맺어진 인연은 올해로 10년가량 됐다. 그는 천 회장에 대해 '유비 같은 사람'이라 표현했다. 이 날의 인터뷰도 천 회장의 추천으로 가능했다.

그는 천 회장과의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허 전 대표는 "던전앤파이터의 일본 퍼블리싱 실적이 썩 좋지 않았다. 일본 현지 시장 파악이 잘 안 됐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던 것 같다. 그래서 천 회장에게 '일본 퍼블리싱 기회를 달라' 요구했고 천 회장은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개발사가 직접 퍼블리싱을 하겠다는 요구는 업계에선 사실상의 '반역'에 해당하는 요구다. 퍼블리싱 담당 회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허 전 대표는 "그게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천 회장은 이를 수용해주셨어요. 그리고 다른 직원들을 설득까지 해주셨구요"라고 이었다.

그가 150억원을 투자한 '위메프'의 이종환 대표와 지난 1월 게임사 A스톰을 차린 김윤종 대표도 오래된 인연이다. 이 대표는 시민단체에 가려했던 학생회장 출신으로 농촌봉사활동만 11번을 다녀올 정도의 열혈 대학생이었다. 우연히 네오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허 전 대표를 만나 '그냥 우리 같이 하자'는 말에 이를 덜컥 승낙해버린 김 대표 역시 각별하다. 허 전 대표는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라 했고 이 대표의 말을 빌려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운명'이라는 설명도 보탰다.

그의 키워드 '사람'은 그의 투자법과도 닮아 있다. 각별한 사이인 천 회장에 1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고 세시소프트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모두 사람만을 보고 투자한 경우다. 김 대표에게 투자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투자를 받은 사람이 그 돈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해 20억∼30억원은 사람만을 보고 투자하겠다는 그는 "누군가 한 명이라도 정말 필을 받아서 뭔가 엄청난 일을 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었다.

■포기하지 않는 그의 '열정'

그의 또하나 키워드는 '열정'이다. 세간에선 허 전 대표를 '던파로 뜬 벼락부자'쯤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에게도 시련의 시간은 길었다. 2000년 초부터 약 7년간 출시한 18개의 게임이 모두 망한 것. 소개팅 게임 '캔디바'로 벌었던 돈을 모두 날린 것은 물론이고 30세의 나이에 30억원의 빚까지 짊어지게 됐다.

그는 "저는 포기를 잘 안하는 스타일이다. 게임 18개를 말아먹으면서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겠느냐"며 "버클리 음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버클리 음대의 첫 오디션에서 탈락한 뒤 뉴욕으로 건너가 어학연수를 받으면서 음대 온라인 강의를 들었고 버클리대 관계자들에게 6개월에 걸쳐 '내가 버클리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담은 e메일 공세를 펼처 결국 입학 허가를 받아냈다.

허 전 대표는 "버클리대는 실력만을 보고 학생을 뽑지 않았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열정이 있다면 기회를 주는 곳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현재 버클리 음대(학사) 2학기를 수료한 상태다.

■"젊을수록 과감하게"

그는 "나이가 어릴수록 리스크를 크게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대학시절 얘기를 꺼냈다.

그는 "우리는 무슨 일을 하려고 먼저 생각하기보단 일단 먼저 사람들부터 끌어들이고 무엇을 할지는 그 다음에 생각했다. 매일 매일 모여 농구를 하고 스타크래프트를 했다. 일단 놀면서 시작해보자는 것이 그 때 생각이었다"며 "하루는 소개팅을 해달라는 친구의 요청이 있었는데 그 때 떠올랐던 아이디어가 소개팅을 소재로 한 사이트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게임을 개발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우연히 소개를 받은 컴퓨터공학과 친구 역시 게임을 개발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책을 한 권 사줄테니 개발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컴퓨터공학과 친구는 '책이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책 한 권과 아이디어 하나 그리고 청년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첫 작품이 소개팅 사이트 '캔디바'였다. 미대 출신은 디자인을 했고 이리저리 끌어온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전공을 살려 하나씩의 임무를 맡았다.
그는 "우리는 그 때부터 벌써 소셜을 하고 있었던 셈"이라며 웃었다.

다음번 '만나고 싶었습니다'는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를 찾아간다.
장 대표는 네오위즈 창업자로 국내 벤처업계에서 '큰손'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사진설명=1편 '만나고 싶었습니다-천양현 코코네 회장·김범수 카카오 의장' 편에서 천 회장이 자신의 인맥으로 추천한 허민 전 네오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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